한반도정책 체니가 쥐고 흔든다

  • 입력 2005년 6월 30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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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미국의 한반도 정책을 쥐고 흔드는 실세(Mover & Shaker)들은 누구일까. 본보가 28일 입수한 넬슨 리포트의 ‘주미 한국대사관을 위한 특별보고서’는 미 백악관, 부통령실, 국무부, 국방부, 의회 및 싱크탱크 내의 한반도 정책 실세들을 망라해 보여 주고 있다. 또 그들 사이의 ‘정책적 역학관계’는 물론 개인 신상까지 담고 있는 일종의 ‘X파일’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은 보고서 요약.》

▼부통령실▼

한반도 정책의 실질적 권한은 딕 체니 부통령이 확실히 장악하고 있다. ‘한반도 정책에 관해 체니 부통령에게 영향을 미치는 인사가 누구냐’고 물으면 “지금 농담하나”라는 답이 되돌아올 뿐이다. 체니 부통령의 독점적 지위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체니 부통령은 한반도 정책과 관련해 특별히 외부의 조언을 구하지 않는다. 그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중앙정보국(CIA) 등의 관리들에게서 정보를 얻고 독자적으로 판단을 내린다.

‘스쿠터(Scooter)’로 불리는 루이스 리비 비서실장은 말 그대로 체니 부통령의 오른팔이다. 체니 부통령은 한반도에 관해 주요한 정책을 내릴 때는 반드시 리비 비서실장의 의견을 듣고 결정한다. 현재 외교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빅토리아 뉴랜드 전 부통령 부보좌관은 지금도 체니-리비와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

스티브 예이츠 씨는 2001년 3월부터 체니 부통령의 외교정책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다. 한국 전문가가 아니라 중국·대만 전문가이고 보수 강경성향이나 신보수주의자(네오콘)라기보다는 실용주의자이며 모르몬교 신자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특별히 비밀 브레인이라고 할 만한 인물은 없다. 정책은 빅터 차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부터 마이클 그린 선임국장, 잭 크라우치 부보좌관을 거쳐 스티븐 해들리 보좌관으로 올라가면서 결정된다.

해들리 보좌관은 레이건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리처드 앨런 씨와 제임스 릴리 전 주한 미국대사의 의견을 듣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국대사는 그의 자문단에서 벗어나 있다.

그린 선임국장은 그레그 전 대사,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교수 등에게 자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들의 자문이 정책에 반영된 것은 하나도 없다.

그린 선임국장과 차 선임보좌관은 스콧 스나이더 전 아시아재단 서울사무소장,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 태평양문제연구소장 등 2명의 젊은 외부 전문가와 마커스 놀랜드 미국 국제경제연구소 연구원의 의견을 때때로 듣는 것으로 파악됐다.

NSC 비확산담당인 밥 조지프 씨가 국무부의 존 볼턴 군축담당 차관 자리로 옮긴 것은 한국에 희소식이다. 그는 볼턴 차관 및 부통령실과 손잡고 전향적인 한반도 정책을 추진하려는 그린 선임국장의 시도를 번번이 차단해 온 인물이다.

▼국무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가까운 인물들을 자문단으로 휘하에 두었다. 로버트 졸릭 부장관과 필립 젤리코 고문(전 스탠퍼드대 동료), 니컬러스 번스 차관, 스티븐 크래스너 정책기획실장, 크리스토퍼 힐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그들이다.

하지만 졸릭 부장관을 제외한 나머지 관리들은 최근의 아시아 동향을 잘 알지 못한다.

힐 차관보가 라이스 장관의 승인을 받아 동아시아국(East Asia Bureau)의 물갈이를 단행한 점도 우려스럽다. 힐 차관보와 캐슬린 스티븐스 수석부차관보가 한국 및 일본 전문가인 짐 포스터 씨의 도움을 받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다만 북한과의 ‘뉴욕 채널’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조지프 디트라니 대북협상특사가 체니 부통령 그룹의 전적인 지원을 받는 점은 한국에 좋은 소식이다. 그만큼 힘이 있다는 얘기다. 빌 클린턴 행정부 때의 잭 프리처드 특사는 발언권이 별로 없었다.

▼국방부▼

국방부 내 ‘빅 테이블(Big Table)’은 말 그대로 거시적인 대외정책을 전담하는 고위 당국자들이다.

그러나 한반도 정책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세부적인 논의를 하는 것은 일명 ‘리틀 테이블(Little Table)’이다. 고정멤버는 국방부 대변인인 로렌스 디리타, 더글러스 페이스 차관, 피터 로드먼 차관 및 리처드 롤리스 부차관보.

국방부 내 대표적 한국통은 롤리스 부차관보. 한국어에 능통한 그는 자체 코리아 팀을 운영하며 세부적인 사안들을 챙긴다. 마이크 피니건 육군 소령이 주한미군 재편 문제 등을 맡고, 스콧 피니 북한과장이 북한 쪽을 주로 다루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외 국방부에 조언하는 인물로는 미 국방대의 제임스 프리스텁 박사와 국방분석연구소(Institute of Defense Analysis)의 한국계 케이티 오(오공단) 씨 등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언론 창구로는 뉴욕타임스의 데이비드 생어 기자와 워싱턴 포스트의 글렌 케슬러 기자를 활용한다. 일본 도쿄에 주재하고 있는 프리랜서 리처드 핼로란 씨도 그중 한 사람이다.

▼의회▼

미 하원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부터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대해 강한 불신을 품어 왔다. 1994년 북-미 제네바합의에 대한 강한 의구심, 그리고 공화당 출신 뉴트 깅리치 의원이 하원의장으로 선출된 것이 직간접적인 이유였다.

당시 행정부가 중국 및 북한 정책 등에 대해 의회에 숨기는 것이 있다고 믿었던 하원은 CIA, 국방부, 국무부, 백악관 NSC 인사들로 일명 ‘블루 팀’이라는 비공식적 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현 하원 내 한반도 정책 관계자들은 이 같은 정서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상원에서는 리처드 루거(공화당), 조지프 바이든(민주당) 의원이 눈에 띄는 ‘영향력’이다. 이들의 보좌관인 케이스 루스 씨와 프랭크 자누지 씨는 북한을 두 번 방문해 상원외교위원회에 보고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이 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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