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존슨 하와이大교수 인터뷰…美·日 사법제도 분석

  • 입력 2005년 6월 17일 03시 21분


코멘트
권주훈 기자
권주훈 기자
“하나만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다(Those who know only one country know no country)”는 말이 있다.

미국 하와이대의 데이비드 존슨(사회학) 교수는 미국과 일본의 사법제도를 비교 연구해 온 저명한 학자다. 그는 일본의 검찰제도를 연구 분석한 ‘일본의 정의실현 방식(The Japanese Way of Justice)’이라는 저서로 유명하다. 대한변호사협회와 대검찰청 초청으로 방한한 존슨 교수를 16일 변협 회관에서 만나보았다.

존슨 교수는 미국 형사사법 제도의 문제점을 한마디로 ‘더티 더즌(Dirty Dozen)’이라고 표현했다. ‘더티 더즌’은 유명한 전쟁영화인 ‘특공대작전’(원제 더티 더즌)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흉악범 12명을 가리킨다.

―왜 ‘더티 더즌’인가.

“미국 사법현실의 특징 12가지는 추하다. 본받을 것이 거의 없다.”

데이비드 존슨 교수의 미국 형사사법의 12가지 문제점(더티 더즌)

항목
1높은 범죄율
2가혹한 처벌
3인종 차별적인 수사와 처벌
4사형집행 남발
5빈번한 오판
6경찰 검찰 등 수사기관의 불법수사
7실체적 진실발견의 실패
8플리바게닝
9체포와 구속의 남발
10높은 무죄율
11형사사법의 포퓰리즘
12말뿐인 ‘피의자 인권’과 사실상의 자백 강요

―미국식 당사자주의 소송구조(Adversary System)는 피고인의 인권을 획기적으로 보호하는 제도로 인식되어 오지 않았는가.

“당사자주의의 본질은 피고인과 검사가 전쟁 또는 스포츠게임에서와 같이 ‘이기기 위해’ 자유롭게 공격과 방어를 하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실체적 진실은 그 싸움의 결과 ‘부수적으로’ 드러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지 않다. 돈이 많은 피고인은 좋은 무기(변호인과 증거 등)를 보유해 가난한 국가(검사)를 제압한다. 물론 돈이 없는 피고인은 그 반대다. 돈의 위력이 너무 세고 진실은 무의미하다.”

―유죄협상(플리바게닝) 제도는 어떤가.

“플리바게닝은 배심제의 ‘사생아(Ugly step-child)’다. 배심제는 ‘12사람(배심원)의 머리가 한 사람(판사) 머리보다 낫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그 이상은 고결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배심원들의 판단은 미숙하고 인종적 편견에 따라 좌우되기도 한다. 무엇보다 비용이 많이 들고 복잡하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전처 살해 혐의로 기소됐던 O J 심슨 사건이나 최근 무죄평결이 내려진 팝 가수 마이클 잭슨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다 보니 변호사 검사 판사 모두 피의자에게 플리바게닝을 통해 사건을 편리하게 종결하도록 압력을 가한다. 그 결과 90% 이상의 사건이 플리바게닝을 통해 검사의 손(재량)으로 해결된다.”

―심슨 사건에 대해 좀 다른 얘기를 할 수도 있다. 근대 형사사법의 모토는 ‘10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억울한 피의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심슨 사건은 ‘한 명의 억울한 피의자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충실한 것이었고, 따라서 미국 사법의 실패가 아니라 성공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있는데….

“글쎄…. 열 명의 범인을 놓치는 사회, 더티(Dirty)하지 않을까.”

―일본의 검찰과 형사사법 제도가 ‘보기 드물게 공정한’ 제도라고 한 근거는….

“일본은 전 세계가 인정할 정도로 범죄 억제에 성공한 나라다. 이는 일본이 전후 이룩한 경제 기적과는 다른 ‘사회 기적(Social miracle)’이다. 일본 검찰은 사건을 치밀하게 조사하고 피의자의 반성 여부 등 정상을 참작한 뒤 선별적으로 기소하며, 합의와 화해를 중시함으로써 피해자를 배려하고 범죄자의 사회 복귀까지 고려한다. 엄벌과 사회질서를 중시하는 미국 검찰제도와는 다르다.”

―한국에서 사법개혁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미국식 모델을 따르려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니까 당신의 우려가 기우일 수도 있다는 건데….

“한국의 상황은 잘 모르기 때문에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 다만 이런 말을 기억하면 좋겠다. ‘원하는 것은 갖게 될 수도 있으므로 조심하라(Be careful what you wish for because you just might get it).’”

데이비드 존슨은

▽미국 시카고대 석사(사회학)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박사 (법학 및 사회학)

▽일본 와세다대 연구교수

▽현 하와이대 교수 (사회학 및 법학)

▽저서: ‘일본의 정의실현 방식 (The Japanese Way of Justice)’으로 2003년 미 범죄학회 최우수 도서 및 2004년 미 사회학회 최우수 도서 선정

이수형 기자 soo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