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流가 도둑 맞는다]<下>내 브랜드 내가 지켜야

  • 입력 2005년 5월 20일 04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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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겸 영화배우 배용준 씨의 매니지먼트사인 ㈜BOF 양근환 이사는 요즘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용사마’ 신드롬이 불고 있는 일본에서 배 씨에 대한 초상권 등 침해 사례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배 씨의 캐릭터를 새긴 브래지어와 여성 팬티까지 불법 유통되고 있다.

‘한류 열풍’이 확산되고 있는 중국이나 동남아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홍콩에서는 TV 드라마 ‘대장금’이 인기를 끌자 곧바로 드라마 제목을 무단 도용한 ‘대장금 분식집’이 생겨났다. 일부 식당은 기존의 메뉴를 약간 바꿔 ‘대장금 메뉴’라며 판다.

▽한류 브랜드, 베끼면 임자?=해외에서의 한류 브랜드 침해가 이처럼 심각한 것은 일차적으로 한류의 주체인 국내 기업들의 허술한 브랜드 관리 때문이다.

▲삼성전자 브랜드를 도용한 가짜 휴대전화 배터리, 이어폰 등.
대장금 브랜드의 소유자인 MBC는 홍콩에서 대장금이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데도 아직 상표등록도 안 했다. 상표등록을 하지 않으면 ‘대장금 분식집’과 같은 상표 침해행위에 대해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없다.

국내 기업들의 브랜드에 대한 인식 부족과 허술한 관리 실태는 미국 내 외국인(외국기업 포함)의 상표등록 현황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2000∼2004년 외국인이 미국 특허청(USPTO)에 상표를 등록한 건수는 10만6399건. 이 가운데 한국은 1657건(1.6%)으로 일본(8174건)의 4분의 1, 대만(3035건)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미국에서도 상표등록을 하지 않으면 상표 침해에 대한 대응이 쉽지 않다.

문화관광부 저작권과 관계자는 “한국이 아시아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문화상품 수출국가로 떠올랐지만 국내 지적재산권 소유 업체들의 인식은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며 “계약이 종료된 해외 업체로부터 브랜드를 도용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도 한국 업체들은 당초 계약서 내용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콩의 유명 전자상가인 카우룽 지역 아플리우 거리 점포에 진열된 싸구려 가짜 삼성전자 제품이 현지 소비자들의 눈길을 붙잡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단속은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홍콩=이수형 기자
한국 대기업 브랜드의 훼손도 심각하다. 서울 용산전자상가와 비슷한 홍콩 카우룽 지역 아플리우 거리 곳곳의 점포에서는 삼성전자 브랜드를 도용한 휴대전화 배터리, 이어폰 등 싸구려 정보기술(IT) 관련 제품이 즐비하다.

국제 지적재산권 침해 조사기관인 마크스먼 컨설턴트가 지난달 중국 베이징(北京)과 광저우(廣州) 푸둥(浦東) 등 6개 도시 80개 상점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들 상점 대부분에서 가짜로 의심되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제품이 발견됐다. 삼성전자 측은 마크스먼 사가 수거한 100여 개의 휴대전화 부품이 대부분 모조품이라고 밝혔다.

▽국가 전략 부재=KOTRA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적재산권은 국부(國富)와 관련된 공공재”라고 규정했다.

그런데도 한국 기업들은 브랜드 도용 등 지적재산권 침해에 맞서 현지 정부의 비협조 속에 힘겨운 ‘각개 전투’를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미국 등 선진국은 국가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 KOTRA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자국의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해 ‘슈퍼 301조’를 발동해 지적재산권 침해 국가에서 수입하는 물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등 강력한 제재를 하고 있다.

또 미국상공회의소는 최근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해 줄 것을 미 무역대표부(USTR)에 청원했다.

일본도 지난해 7월 ‘지적재산전략 대강’을 마련하는 등 정부 차원의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홍콩=이수형 기자 sooh@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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