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도마 오른 UN]미국은 흔들고…안보리 확대 꼬이고…

  • 입력 2005년 4월 17일 18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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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없이 생존 어렵다” 라이스 비난수위 높여▼

“유엔이 개혁을 하지 않고는 살아남기 힘들다. 이것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14일 미국신문편집인협회 연설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이렇게 일갈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001년 취임 이후부터 유엔 개혁을 외쳐 왔지만, 라이스 장관의 이날 발언은 부시 행정부 1, 2기를 통틀어 가장 수위가 높은 대(對)유엔 발언의 하나다.

유엔과 미국의 갈등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유엔의 ‘석유-식량 프로그램’에 대한 미 검찰 조사 역시 궁극적으로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체제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개혁 아니면 사멸’=라이스 장관은 이날 “유엔은 조직 개혁, 지도부 개편, 관행의 개혁이 없이는 생존이 어렵다”면서 미국 주도의 개혁론을 거듭 역설했다. 라이스 장관은 또 “유엔대사로 지명된 존 볼턴 내정자의 임무는 유엔의 역량을 개혁하고 강화하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라이스 장관의 발언은 이라크전에 사사건건 반대한 아난 총장에 대한 ‘누적된 불만’의 표시다. 동시에 아난 총장이 내놓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개혁론에 대한 제동이라는 것이다. 미국은 아난 총장의 개혁안 중 ‘무력사용의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는 대목을 문제 삼고 있다.

또 미국 검찰이 14일 유엔 ‘석유-식량 프로그램’ 비리와 관련해 박동선(朴東宣·70) 씨 등 4명을 입건한 것 역시 아난 총장 압박용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유엔을 직접 조사하지는 않더라도 ‘유엔 고위관계자’ 이름을 흘리면 아난 총장 체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고, 이를 계기로 미국 주도로 유엔 개혁을 추진해나갈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Hell no!(당연히 아니지!)”=아난 총장은 최근 ‘석유-식량 프로그램’ 스캔들과 관련해 사임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자 이렇게 대답했다.

그는 또 지난 주 전직 유엔 대변인들과의 모임에서 “(반유엔 세력들의 공격이) 숨쉴 틈 없이 이어져 왔다”고 운을 뗀 뒤 “외부 그룹들로부터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유럽 언론들도 아난 총장의 호소에 가세해 ‘석유-식량 프로그램’은 유엔 안보리의 승인을 받은 프로젝트인 만큼 미국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정안 기자 credo@donga.com

▼상임이사국 진출 대상…갈수록 복잡한 외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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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확대 논의가 점점 더 복잡한 외교 게임이 되고 있다.

상임이사국 확대에 대한 찬반과 일본 독일 인도 브라질(G4) 같은 진출 희망국에 대한 지지 여부가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이다.

▽복잡한 외교게임=G4 국가들이 ‘상임이사국 확대에 대한 유엔 회원국(191개국)의 3분의 2(128개국) 이상 찬성→새 상임이사국이 되는 나라에 대한 회원국 3분의 2 이상 찬성→기존 5개 상임이사국이 반드시 포함된 3분의 2 이상 회원국의 국내 비준’이라는 외길뿐이다.

일본이 ‘6월 상임이사국 확대 결의안 통과→11, 12월 유엔헌장 개정’이란 2단계 전략을 세운 것도 이 같은 절차를 우회할 방법이 없기 때문.

일본보다 우군이 많은 독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13일 독일 방문 중 첫 번째 관문인 상임이사국 확대 문제가 해결되면 두 번째 관문에서 돕겠다고 약속했고,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지지 의사를 밝혔지만 안보리 확대에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시쳇말로 ‘도로아미타불’이다.

브라질과 인도도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브라질과 남미의 패권을 다투는 아르헨티나의 네스토르 카르치네르 대통령은 15일 “캠페인을 벌여서라도 브라질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저지하겠다”고 공언했다. 파키스탄의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이 16일 인도를 방문하는 등 양국간 평화무드가 높긴 하지만, 파키스탄이 ‘오랜 숙적’ 인도의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할 가능성은 낮다.

▽주요국들의 속사정=1990년대 후반에도 유엔에서 일본과 독일의 상임이사국 진출이 강력하게 추진됐다. 당시 최대 지지자는 미국 영국 프랑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미국은 독일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다. 독일이 이라크전쟁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독일 지지는 다분히 일본을 겨냥한 측면이 강하다. ‘같은 전범 국가지만 반성하지 않는 일본은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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