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살아보니/도미니크 보쉬]지치지 않는 역동성 큰 매력

  • 입력 2005년 4월 14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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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성과 역동성을 갖춘 한국인. 나는 한국이 가진 가장 큰 자원이 ‘사람’이라고 본다. 지난해 8월 신생 법인의 책임자로서 한국에 첫발을 내디디며 가장 염려했던 점은 사람이었다. 어떻게 직원들을 조직 테두리 내에 융합시킬 것인가. 미지의 한국 소비자들에겐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

사실 나는 한국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한국은 잘은 모르지만 외부인 혹은 외부 문물에 대한 문화적 사회적 터부가 강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중국 러시아 일본 등에 둘러싸인 반도국가가 오랜 세월 자신만의 정체성을 유지해 오기 위해선 고유의 문화와 사고방식을 고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예단에 따른 결론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선입견이 틀렸음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조직 구성원은 물론 한국 소비자들을 대하며 깨달은 점은 한국인은 세계 어느 나라 사람과 비교해보더라도 외래문화에 대해 상당히 개방적이라는 사실이었다.

한국의 고궁을 가보라. 서울 강남의 패션거리를 걸어보라. 그 어느 도시에 뒤지지 않는 세련미가 거기에 있다. 폐쇄되고 고립된 사고방식에서는 절대 세련된 문화가 나올 수 없다.

문화뿐이 아니다. 자동차 정보기술(IT) 산업 등 각 분야에서 한국인들은 새로운 트렌드와 문화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스스로의 것으로 소화해 내고 있다. 세계 휴대전화 시장을 휩쓰는 한국 제품의 저력은 새로운 기술과 트렌드를 누구보다 먼저 수용하고 소화시킨 국내 소비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한국의 인터넷 문화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한 것은 한국인의 개방성이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한국인의 개방성과 적극성은 내가 몸담고 있는 조직의 구성원들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 자신의 실수를 바로잡고 새롭게 시도하는 용기를 보며 한국 사회가 갖는 역동성의 단초를 발견했다. 업무와 사회생활로 거의 매일같이 밤늦게 귀가를 하면서도 다음날 어김없이 이른 아침 밝은 모습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한국인 직원들의 에너지를 단순히 ‘한국인은 육체적으로 강하다’라고만 설명하기엔 뭔가 부족한 듯싶다.

어느 외국 학자가 한국과 유럽 사회를 비교한 뒤 한국 사회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표현한 구절이 생각난다. “당신(외국인)이 한국에서 살다 고향으로 돌아가 살게 되면 길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모습이 슬로모션으로 보일 것이다.”

많은 외국인 투자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이 한국의 여러 투자환경 가운데 ‘한국인의 개방성과 역동성’을 가장 큰 매력으로 평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도미니크 보쉬 아우디코리아 사장

▼약력▼

1966년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프랑스 에스카투 경영대학에서 마케팅을 전공했다. 아우디의 독일 본사를 비롯해 베네룩스 스페인 터키 프랑스 등에서 판매 등을 담당해 왔다. 프랑스어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등 4개국 언어에 능통하며 남대문 청담동 등 서울 거리를 둘러보는 일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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