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日, 안보리 상임이사국 자격 못 갖췄다

  • 입력 2005년 3월 20일 18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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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새로운 방침은 아니지만, 일본 총리가 지난해 가을 상임이사국 진출 계획을 밝힌 뒤 미국의 최고 외교 당국자가 처음으로 공식 천명했다는 ‘무게’를 갖는다. 더구나 한국 정부가 일본의 역사인식 등을 들어 부정적 견해를 밝힌 직후에 나온 역방향의 발언이라 한국엔 더 민감하게 인식된다.

일본 정부는 상임이사국 진출이 ‘숙원(宿願)’임을 숨기지 않으며 세계 각국을 향해 전방위 외교전을 펼친다. 그러나 우리는 일본이 상임이사국 자격을 갖추었다고 보지 않는다. 일본이 유엔의 중심에 섰을 때 유엔 정신에 입각해 국제사회에 긍정적 공헌을 할 것이라고 아직은 믿을 수 없다. 유엔에 대한 금전적 기여도가 높다는 것이 결코 전부는 아니다.

국제 공헌은 자국 중심의 이기적인 것이어서는 안 되며, 세계와 이웃 나라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최근 일본이 촉발해 한일 간에 빚어지는 갈등에서 보듯이 일본 정부는 영토 문제에서 제국(帝國)시대의 발상을 버리지 않고 있으며, 역사 인식에서 과거 침략의 과오를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미화하려 한다.

일본 총리는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강행하는 등 전범(戰犯)과 전사자를 동일시하는 태도를 고수해 한국과 중국의 격렬한 반발을 사고 있다. 그의 이런 자세 때문에 한일관계뿐 아니라 중일관계도 험악해져 벌써 몇 년째 양국 정상의 교환 방문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는 혼자만의 무대가 아니다. 일본 헌법도 전문(前文)에 “어느 국가도 자국 일에만 전념하여 타국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명기하고 있다. 그런데도 지금 일본은 국제 상식에 어긋나고 자국 헌법에도 맞지 않는 행태를 버젓이 보인다.

이런 일본이 상임이사국이 되면 팽창 욕심을 더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국제 공헌보다 국제 갈등을 더 키우지 않을까 우려된다.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에 찬성할 수 없는 주된 이유다. 세상에는 돈만으로는 구매할 수 없는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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