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반분열법 상정 공개비판…또 兩岸 신경전

  • 입력 2005년 3월 9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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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가열되고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를 연상시킬 정도다.

중국이 8일 대만에 대한 무력행사를 사실상 합법화한 ‘반국가분열법안’을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상정하자 미국은 즉각 “양안 관계의 긴장 완화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대만에 대한 미국 무기 판매의 법적 근거가 돼 왔던 미국의 ‘대만관계법’을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법”이라고 꾸준히 비판해 왔다. 이번엔 두 나라의 처지가 뒤바뀐 셈이다.

▽미중 간 ‘법전(法戰)’으로 번지나=스콧 매클렐런 미 백악관 대변인은 8일 반국가분열법안의 상정을 비판하면서 “미국은 중국 정부에 법안 통과를 재고할 것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고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방침을 재확인하면서도 “미국은 대만의 미래를 비평화적 방법으로 결정하려는 어떤 시도에 대해서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대만 문제를 비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하려 할 경우 이 지역의 평화와 안보가 위협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이런 ‘개입’은 1979년 4월 제정된 대만관계법에 기반을 둔 것이다. 이 법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미국의 정치 안보 경제적 이익과 부합한다’며 대만의 미래에 대한 어떤 ‘비평화적 조치’에 대해서도 반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중국의 반국가분열법안은 ‘평화통일 조건이 완전히 소멸됐을 경우’라는 전제조건을 달았지만 대만에 대한 ‘비평화적 조치’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어 대만관계법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중국은 그동안 대만에 대한 미국의 첨단무기 판매가 양안관계의 평화를 해친다고 비난해왔고, 그때마다 미국은 “미국 국내법(대만관계법)은 대만의 자위력 확보를 돕기 위해 무기를 공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일축해 왔다.

▽한반도에도 불똥 튈라=“대만 문제는 한반도에 ‘강 건너 불’이 결코 아니다.”

한국 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중 양국 간 갈등이 심각해질 경우 한미동맹의 최대 현안인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과 북한 핵 문제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8일 “한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시아의 분쟁에 휘말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것도 대만 문제의 민감성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그만큼 조지 W 부시 2기 행정부 출범 이후의 미중 관계는 악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교 수립 이후 최고의 관계”라던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의 얘기는 이미 ‘옛날 얘기’가 돼버렸다.

특히 미국과 일본은 지난달 양국 안보협의회에서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처음으로 대만 해협을 ‘공동 전략목표’로 설정했다.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한 포위망 전략을 세운 셈이다.

중국은 ‘주한미군의 동북아 기동군화’도 마찬가지 포위망 전략으로 간주하고 있다. 8일엔 윌리엄 팰런 신임 미 태평양군사령관이 미 상원 청문회에서 “중국의 반국가분열법안은 양안 관계의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하면서 ‘아태지역 미 군사력의 기동군화’를 다시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의 적극적인 북핵 중재역을 유도하기 위해 대만 문제를 적절히 활용하고, 중국은 그 정반대의 전략을 취해왔지만 대만 문제가 꼬이면 북핵 문제도 돌파구를 찾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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