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육 이대론 안된다]<中>흔들리는 동북아 역사지도

  • 입력 2005년 2월 28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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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몽이 中소속민족의 왕?중국과 일본이 역사 교육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은 고구려사를 중국사로 편입시키기 위해 ‘중국 고대 북방 소속민족 고구려 제일대왕 주몽’이라고 새겨진 관광기념품까지 만들어 팔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주몽이 中소속민족의 왕?
중국과 일본이 역사 교육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은 고구려사를 중국사로 편입시키기 위해 ‘중국 고대 북방 소속민족 고구려 제일대왕 주몽’이라고 새겨진 관광기념품까지 만들어 팔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한국과 ‘역사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국 일본은 역사교육을 강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한족(漢族) 외에 현재의 중국 영토에서 활동했던 이민족(異民族)의 역사까지 모두 중국사로 편입해 교육시키는 역사이데올로기를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언제든 역사교과서에 고구려사를 중국사로 편입시킬 움직임이다. 또 일본은 식민 지배와 제2차 세계대전에 대한 책임을 부정하며 국가주의적 색채를 띤 근현대사 교육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2006∼2009학년도 일선 중학교에서 쓸 역사교과서의 검정작업이 이뤄지는 해라는 점에서 역사교육에 국가주의적 색채가 더욱 짙어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고교생은 3년간 116학점을 취득해야 졸업할 수 있는데 이 중 역사는 물리 지리 화학 생물과 같이 6학점이다. 국어, 외국어(영어 등), 수학이 각각 10학점인 것을 감안하면 결코 작은 비중이 아니다. 교육시간은 매주 2, 3시간씩 배정돼 있다.

대학에 입학하려면 역사공부는 필수적이다. 대입 예비고사가 역사를 포함해 언어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지리 등 7개 시험과목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北京)의 한 고교 역사교사인 왕모(27) 씨는 중국의 중고교 역사교육이 외형상으로는 큰 변화가 없지만 질적으로는 강화되는 추세라고 밝혔다. 그는 “2002년 교육부가 ‘보통고급중학(고교) 역사교학대강(大綱)’을 발표한 이후 내용상 역사교육이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종전에 왕조(王朝) 중심의 역사로 편찬됐던 역사교과서가 정치사 경제사 사상사 문화사 등 주제 중심으로 개편돼 학생들이 역사적 사실에서 사유(思惟)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특히 역사교학대강 발표 이후 1990년대 후반부터 체계화되기 시작한 ‘통일다민족국가론(統一多民族國家論)’이 중국의 정식 역사이데올로기로 자리 잡았다. 중국은 한족과 55개 소수민족으로 구성된 통일다민족 국가이므로 중국의 모든 소수민족 역사와 현 영토 내에서 벌어진 역사적 사건은 모두 중국의 역사라는 것이다.

이 이론은 이민족 정복왕조인 몽골족의 원(元), 만주족의 청(淸), 거란족의 요(遼), 여진족의 금(金)을 중국 역사로 포함시키는 입장이다. 동북공정(東北工程)도 이 이론에 따라 고구려사를 중국사로 편입시키려 하고 있다.

베이징 모 대학의 한 역사학 박사과정 학생은 “최근 중국의 민족주의 성향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새로운 연구 성과가 역사교육에 반영되는 추세가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고구려사를 중국사로 편입시키려는 동북공정의 결과를 중고교 역사교과서에 반영시킬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일본=일본 역사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한반도 식민 지배와 태평양전쟁 등 일본의 침략 책임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양심적인 교사들은 “역사 교육이 고대와 중세에 치중하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근현대사 부분은 뭉뚱그려 넘어가는 게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게다가 최근에는 국가주의적 역사교육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노골화되고 있다. 집권 자민당은 애국심 고취와 전통문화 중시 등을 골자로 한 교육기본법을 개정할 방침이다. 일본 집권층과 여론 주도세력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이 패전한 지 60년이란 세월이 흐른 만큼 자라나는 젊은 세대는 과거 세대의 행적에 발목이 붙잡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나카야마 나리아키(中山成彬) 문부과학상이 “일본의 역사교과서는 ‘일본이 나쁜 짓만 했다’는 식으로 기술했다”며 “이제는 자학적(自虐的) 역사관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편 일본 중학교에서는 역사를 사회과목의 한 분야로 취급한다. 사회과목은 지리, 역사, 공민(일반사회에 해당) 등 세 분야로 나눠지며 일선 학교는 문부과학성의 학습지도요령이 정한 기준에 따라 분야별 학습시간을 안배한다. 중학 3년간 역사와 지리는 105단위로 같은 비중. 1, 2학년 때는 지리와 역사를 배우고 3학년이 되면 공민이 추가된다. 예컨대 중3이 되면 매주 3시간 배정되는 사회시간에 지리 역사 공민을 돌아가며 배우는 식이다.

일본사와 세계사의 비중이 7 대 3 정도로 고교에서는 일본사가 세계사와 함께 선택과목이다.

베이징=황유성 특파원 yshwang@donga.com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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