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세계는 지금]중국-베트남-브라질이 달려온다

  • 입력 2004년 12월 31일 17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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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 넘치는 베트남의 오토바이 출근 행렬. 베트남에서는 최근 값비싼 오토바이가 큰 인기를 끄는 등 1986년 개혁·개방 정책을 실시한 이후 중산층이 해마다 두터워지고 있다. 하노이=배극인 기자
활기 넘치는 베트남의 오토바이 출근 행렬. 베트남에서는 최근 값비싼 오토바이가 큰 인기를 끄는 등 1986년 개혁·개방 정책을 실시한 이후 중산층이 해마다 두터워지고 있다. 하노이=배극인 기자
《한국 경제가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허우적대는 동안 경제 성장을 위한 세계 각국의 노력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브라질은 10여 년간 지속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 용틀임을 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긴축을 통해 성장속도를 조절하는데도 초(超) 고속 성장세가 꺾일 줄 모른다. 아시아의 후발 국가인 베트남은 외국 자본의 투자가 급속히 늘면서 개혁·개방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이들 3개국이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기울이고 있는 노력을 본보 경제부 기자들이 현장에서 살펴봤다.》

▼베트남▼

베트남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몇 년 전만 해도 오토바이를 탈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저렴한 중국산 오토바이를 사는 게 일대 유행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일본제 고급 오토바이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값비싼 휴대전화기의 인기도 폭발적이다. 수도 하노이 근교로 나가면 100∼200m 간격으로 삼성전자와 노키아 대리점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최근에는 젊은 층의 구매 희망 1순위 상품이 혼다 오토바이에서 삼성 휴대전화로 바뀌었다.

이처럼 베트남에 ‘명품(名品) 브랜드’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은 1986년 ‘도이모이(쇄신)’ 정책을 도입하면서 개혁·개방을 추진한 결과 중산층이 급속히 두꺼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7% 이상의 고도성장을 이어 왔다. 중국에 이어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성장률이다.

베트남 통계청이 발표한 2003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465 달러(약 48만8250원)에 그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꽤 다르다.

김영웅(金泳雄) KOTRA 하노이무역관장은 “하노이 호찌민 등 대도시의 1인당 GDP는 1000달러를 훌쩍 넘는다”며 “또 베트남 해외교포인 ‘베엣큐’가 송금하는 돈도 연간 30억 달러 이상으로 이곳 경제 발전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대(對)베트남 투자도 1992년 수교 이후 매년 급증하고 있다. 한국은 작년 1∼8월 94건, 1억4870만 달러를 투자해 대만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베트남은 새해를 맞아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총 2857개 공기업 구조조정을 완료하는 한편 외국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기업법’과 ‘투자촉진보호법’을 새로 제정할 계획이다. 또 올해 안에 세계무역기구(WTO) 가입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하노이=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중국▼

중국 베이징 중심가의 주상복합아파트 건설 현장에 투자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베이징=고기정 기자

“밖에서는 중국의 긴축 정책을 걱정하지만 안에서 보면 이는 잘 정제된 연착륙 조치입니다. 우리가 2005년에 현지 투자를 더 늘리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한국의 직기 제조회사인 썬스타의 최정국(崔正國) 중국 상하이(上海) 지사장은 중국 경제의 버블화 가능성이나 긴축 정책으로 인한 경기 후퇴 우려를 일축했다. 실제로 중국 현지에서는 지난해 4월의 긴축 정책이나 10월 말 내놓은 전격적인 금리 인상이 중국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필수적인 조치라는 평가가 많다. 이를 반영하듯 중국 정부의 최대 고민 가운데 하나였던 물가는 9월 이후 두 달 연속 떨어졌다.

중국 런민(人民)은행 관계자는 “일시적인 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너무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중국 경제를 정부가 잘 조율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사례”라며 “실제 금리 인상 조치 이후에도 금융 시장이나 소비자들의 혼란은 거의 없었다”고 전했다. 한편으로는 고성장의 부작용이 철저히 통제되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경제 파이 키우기’가 계속 이뤄지고 있다. 세계 8위의 PC회사인 중국 레노보사는 지난해 12월 8일 미국 IBM의 PC 사업 부문을 12억5000만 달러(약 1조3000억 원)에 인수했다. 또 작년 1∼11월 교역량이 1조 달러를 넘어서면서 미국과 독일에 이어 세계 3대 무역국으로 부상했다.

여기에 최근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 상품 무역에 관한 단계적 관세 인하 및 철폐에 공식적으로 합의함에 따라 본격적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단계에 진입했다. 중국은 칠레와 네덜란드, 남아프리카공화국, 호주, 파키스탄과도 FTA 추진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세계 각국의 지속적인 대(對)중국 투자로 제조업 기반도 탄탄하게 구축되고 있다.

베이징현대자동차 양승석(梁承錫) 상무는 “연간 10% 이상의 차량 판매 증가율과 세계 7대 자동차 메이커들의 현지 투자에 기반해 중국은 2020년이면 미국에 버금가는 자동차 생산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상하이=고기정 기자 koh@donga.com

▼브라질▼

10년 만의 경기침체에서 탈출하고 있는 브라질은 외국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브라질 상파울루 주 타우바테 시에 있는 LG전자 공장에서 브라질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는 모습. 상파울루=박중현 기자

‘삼바의 나라’ 브라질의 경제가 빠른 속도로 살아나고 있다.

브라질은 2004년 5%대로 추정되는 고(高)성장을 이룩하며 본격적인 호황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이는 놀라운 회복으로 평가된다. 2002년에 아르헨티나의 모라토리엄 선언과 브라질 사회주의 정당인 PT당(노동자당)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대통령 당선 등이 겹치면서 나타난 외국 자본의 탈출, 그리고 2003년의 마이너스 성장을 감안할 때 특히 그렇다.

영국의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과거 10년 동안 브라질 기업인들이 지금처럼 낙관적이던 때는 없었으며 외국인투자자들이 브라질에 새롭게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브라질 경제가 극적인 약진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룰라 대통령이 당초 국내외의 우려와 달리 고용 창출, 기업 중시 쪽으로 경제정책을 획기적으로 전환했기 때문. 이 때문에 룰라 정부는 국내외에서 “역대 우파 정권보다 더 우경화된 좌익 정권”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상파울루 주정부의 플라비오 무자 지 프레이타스 기마랑이스 대외통상 담당관은 “과거 내수 중심이던 브라질의 경제정책은 대외통상을 강화하는 쪽으로 전환됐으며 규제를 줄이고 세금혜택을 늘리는 등 외국기업 유치를 위한 노력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LG전자 조중봉(趙重鳳) 브라질 법인장은 “브라질 정부는 외국 기업이 현지에 공장을 세우면 무상으로 땅을 제공하고 세금혜택을 준다”면서 “이런 정책이 효과를 발휘해 2003년 후반부터 소비가 살아나면서 휴대전화 TV 등의 매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구 반대편에서 고도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도 브라질 경제회복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철광석 콩 등을 자원대국인 브라질에서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는 중국은 미국 아르헨티나에 이은 브라질의 3대 교역국으로 떠올랐다.

상파울루=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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