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지진해일]위험지역 알아도 언제 터질지는 몰라

  • 입력 2004년 12월 28일 17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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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북부에서 리히터 규모 7.8의 강력한 지진이 일어났다.

지진 발생 3분 뒤 높이 29m의 지진해일(쓰나미·津波)이 밀려왔다. 거대한 해일은 홋카이도 연안 오쿠시리(奧尻) 섬을 휩쓸어 주민 198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7분 뒤 대피 경보 사이렌이 울렸을 때 섬은 이미 쑥대밭이 되고 난 다음이었다.

▽쓰나미 경보 어디까지 가능할까=지진이 자주 발생하는 일본은 연간 2000만 달러(약 209억 원)를 지진과 쓰나미 피해 방지에 쏟아 붓는다. 그 결과 일본은 대형 지진이 발생하면 빠른 시간 안에 인근 해변에 대피 경보를 내릴 수 있는 첨단시스템을 갖췄다.

이런 경보 체제가 처음부터 완비된 것은 아니었다. 1983년 일본 중심부에 리히터 규모 7.7의 지진이 발생했을 때 쓰나미 경보를 발령하기까지 20분이 걸렸다. 그 사이 100명 이상이 숨졌다.

이에 일본은 1986년 지진 발생 10분 만에 쓰나미 경보를 낼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꿨다. 하지만 1993년 발생한 홋카이도 지진으로 생긴 쓰나미는 3분 만에 해안에 들이닥쳐 개선된 경보시스템을 무력화시켰다.

일본은 다시 3분 경보시스템으로 개선했다. 그러나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은 28일 “일본의 최첨단 경보시스템이 쓰나미 피해를 충분하게 예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1993년 이후 거대한 쓰나미가 발생하지 않아 시스템이 검증된 일이 없기 때문이다.

▽지진 예보는 아예 불가능=1975년 2월 4일 중국 정부는 랴오닝(遼寧) 성 하이청(海城) 지역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다. 대형지진 발생 가능성을 감지했기 때문. 이틀 뒤 리히터 규모 7.3의 강력한 지진이 일어났으나 대피령 덕분에 수만 명이 목숨을 구했다.

이 대피령은 역사상 유일하게 정확했던 지진 예보로 꼽힌다. 그러나 이는 과학에 토대를 둔 것이 아니었다. 지진 발생에 앞서 강물이 얼음을 뚫고 치솟고 말과 개, 닭이 안절부절못하는 이상 현상을 보이자 발령한 것이었다.

1년 뒤 중국 허베이(河北) 성 탕산(唐山)을 리히터 규모 7.6의 지진이 덮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무런 예보도 없었다. 눈에 띄는 이상 현상도 없었다. 약 50만 명이 사망했다.

뉴욕타임스는 28일 지진 예보의 역사는 쓰라린 실패 사례로 가득 찼다며 지진의 발생 지점과 시점을 예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지구를 감싼 지각의 성질과 움직임이 각기 달라 지진을 결코 예보할 수 없다는 것.

현재 최고의 예측 기법은 지진 다발지역을 가로 세로 10m로 나눠 리히터 규모 3.0 정도의 약한 지진이 일어난 지역을 가려내는 것이다. 미진 활동이 증가하면 5년 이내에 대형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존 런들 박사는 “이 기법은 과거 5년간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약한 지진 14건 중 12건의 발생지점을 예측했다”면서도 “하지만 이것도 발생시점을 알려주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이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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