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줄기세포 윤리논쟁 끝나나…생명파괴 없는 유전자 변형

  • 입력 2004년 12월 5일 18시 45분


코멘트
인간 배아를 죽이지 않고 줄기세포를 대량으로 얻을 수 있는 두 가지 기술이 개발되거나 제시돼 생명윤리 논쟁을 피할 수 있게 됐다고 워싱턴포스트 등 미 언론들이 4일 보도했다.

두 기술은 아직 실험실 수준에서 성공했거나 아이디어 단계에 불과해 성공 여부를 점칠 수는 없다.

하지만 신규 배아복제 연구에 대한 지원을 중단한 미국은 이 기술이 줄기세포 확보에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죽은 냉동배아 이용=미국 컬럼비아대의 도널드 랜드리와 하워드 주커 연구원은 3일 백악관 생명윤리위원회에 이런 기술을 제안했다. 불임부부에게 착상시키기 위해 냉동했다 녹이는 과정에서 생명기능이 정지된 배아를 사용하는 방법이다.

불임클리닉에서는 보통 배아를 10개 정도 만들어 이 중 1, 2개를 불임여성에게 착상시키고 나머지는 나중에 사용하려고 냉동시킨다. 워싱턴포스트는 냉동된 배아는 해동되면서 60% 정도가 기능을 멈춰 ‘생물체로는 죽은’ 상태여서 윤리논쟁을 피할 수 있다고 했다. 죽은 배아도 정상 세포를 갖고 있어 이를 추출해 배양하면 줄기세포가 될 수 있다는 것. 뇌사 환자의 장기를 이식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이 방식은 2년간 실험실 몇 곳에서 성공했고 앞으로 동물실험이 더 필요하다.

▽변형된 체세포 복제=배아 복제 과정에서 일부 유전자를 변형시켜 아무리 복제해도 사람이 될 수 없는 세포군을 만든다는 발상으로 윌리엄 헐버트 백악관 생명윤리위원이 제안했다.

체세포를 주입한, 즉 핵을 이식한 배아의 체세포 분열 초기에 유전자 일부를 없애거나 기능을 정지시킨다.

이 세포를 추출해 다시 체세포 분열을 하도록 하면 사용 가능한 줄기세포로 분화할 것이라는 개념이다. 이 세포는 분열과 성장을 거듭해도 사람이 되지 않고 일종의 세포 상태로만 머물기 때문에 배아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

▽미 생명윤리위 대환영=리언 카스 백악관 생명윤리위원장은 “두 방법이 성공한다면 중요한 전진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배아 줄기세포를 확보하는 기존 방법들은 배아를 죽여야 하기 때문에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반대론자들이 비윤리적이라고 비난해 왔다.

하지만 ‘뇌사 장기이식 방식’처럼 죽은 배아를 활용하거나 ‘변형된 체세포 복제법’을 사용하면 인간 배아 복제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게 새 기술을 실험하고 있는 연구진의 논리다.

생명윤리위 위원인 다이애나 쇼브 로욜라대 교수는 “(두 가지 방식은) 너무 좋아 정말 같지 않다”며 “과학의 진보가 도덕적 문제를 해결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폴 맥휴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변형된 체세포 복제법에 대해 “유전자 조작을 통해 무시무시한 괴물을 만들겠다는 것이냐”며 이의를 제기했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