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팔루자는 점령했지만...

  • 입력 2004년 11월 14일 1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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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루자 저항세력 소탕작전을 시작한지 일주일 만인 13일 미군과 이라크 과도정부는 팔루자의 모든 지역을 점령했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해외파 저항세력을 이끄는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가 팔루자를 탈출, 미군과 성전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저항세력의 공격이 이라크 전역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또 다수파인 수니파 종교지도자들이 미군의 팔루자 공격을 대학살로 비난하고 나서는 등 이라크 정국이 심상치 않은 방향으로 펼쳐지고 있다.

▽완전 정복 아닌 점령=미군 장교들은 이날 "팔루자는 점령됐다. 하지만 완전히 정복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는 근거지를 갖고 대항하는 저항세력 대부분은 소탕했지만 서너 명 규모로 남아 끝까지 저항하는 잔당 세력은 아직 남아 있다는 뜻. 미군 한 장교는 "다음 작전은 집집마다 수색하면서 부비 트랩을 제거하고 숨어 있는 게릴라들은 소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날 미군은 그동안 막았던 구호단체 이라크 적신월사(RCS) 트럭 4대의 팔루자 진입을 허용, 팔루자 점령이 사실상 끝났음을 보여줬다.

이번 팔루자 소탕작전으로 미군은 최소 24명이 숨지고 400여명이 부상했으며 저항세력은 1000여명이 사망하고 200여명이 생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젠 모술인가?'=미군의 팔루자 장악에도 불구하고 치안불안이 이라크 전역으로 더 확산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첫째 원인은 자르카위의 건재.

이라크 과도정부 인사들은 "팔루자 해방작전은 완수됐지만 2500만 달러의 현상금이 걸린 자르카위와 수니파 저항세력 지도자인 압둘라 알 자나비는 탈출했다"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은 13일 팔루자에서 입수한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자르카위가 이끌고 있는 '이라크 성전을 위한 알 카에다 기구' 등 11개 이슬람 무장단체가 '성전을 팔루자 이외에 이라크 전역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자르카위는 우선 북부 도시 모술을 새로운 거점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 모술 역시 팔루자 주민들처럼 반미 감정이 강한 수니파이며 인구도 100만 명에 달해 테러리스트 '자원' 확보가 쉽고 각종 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미 저항세력이 장악한 지역인데다 팔루자와 200㎞ 정도 떨어져 미군의 영향력이 당장 미치지 않아 전열을 정비할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것도 장점.

미군은 저항세력이 모술의 경찰서, 관공서 등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면서 이라크 경찰이 통제권을 잃자 팔루자에서 전투 중이던 제25 보병사단 제5여단 1대대를 급파했다.

▽새로운 국면=이날 모술 이외에 바그다드, 라마디 등 이라크 전역에서 저항세력의 공격이 잇달았다. 미국 대사관과 이라크 과도정부 청사 등이 밀집한 바그다드 중심부 그린 존에는 로켓 포탄이 떨어졌으며 유프라테스강 유역 카임과 히트, 라마디 등에서도 충돌이 계속됐다. 팔루자 외곽에서는 저항세력의 폭탄공격으로 미 해병대 병사 2명이 숨졌다.

한편 수니파 종교지도자들은 13일 미군의 무차별적인 팔루자 총공세에 대해 대학살이라고 비난하며 일주일동안 총파업을 촉구하는 등 국민적인 차원의 저항운동 움직임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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