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팔루자 대공습]“저항세력 궤멸” 사활건 진격

  • 입력 2004년 11월 8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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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정예 해병대를 앞세워 8일 새벽 팔루자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서면서 미군과 저항세력간 물러설 수 없는 ‘운명의 한판 승부’가 벌어지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이번 전투는 지난해 3월 이라크전쟁이 시작된 이후 가장 중요한 전투”라며 “이번 작전의 승패는 내년 1월 총선을 앞둔 치안 확보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교두보 확보=미리 팔루자를 봉쇄하고 있던 미군과 이라크 보안군은 7일 임시정부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직후 대공세에 들어갔다.

이라크 보안군은 미군의 엄호 아래 유프라테스강 서안의 팔루자 종합병원과 다리 2곳을 장악했다. 이라크군은 종합병원 진입 과정에서 42명을 사살하고 외국인 4명을 붙잡았다. 미군은 “팔루자에 교두보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앞서 7일 밤부터 8일 새벽까지 이어진 공습에서 미군은 먼저 AC-130기와 군용기로 저항세력의 요충지로 추정되는 곳을 집중 폭격했다.

탱크를 앞세운 미군의 진격을 저지하려는 수니파 저항세력은 로켓추진총유탄(RPG)과 소총으로 저항했다. 외신들은 저항세력이 자살 폭탄공격은 물론 독극물이 든 화학무기까지 동원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공세는 10월에 이뤄진 대공습과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대규모다. 지난달 공습은 전투기를 동원한 공중 폭격이 주류였지만 이번 공격은 지상군 1만2000여명과 이라크군 8000여명이 투입됐다.

올해 4월 ‘팔루자 사태’ 때 투입된 미 해병대 2500여명보다 4배 이상 많다. 따라서 이번 작전은 이른바 ‘고지 점령’으로 3000∼4000명에 이르는 팔루자 저항세력의 궤멸을 목표로 한다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피란을 떠나지 못한 5만여명의 시민이 희생될 우려가 크다.

▽일거양득의 효과=미군은 이번 팔루자 공격으로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 시절 지배층을 형성했던 수니파의 저항을 무력화할 뿐 아니라 팔루자에 은신하며 테러공격을 지휘했던 아부 무사브 알 자르카위에게 치명타를 가하는 두 가지 목표를 겨냥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라마디, 티크리트 등 수니삼각지대의 수니파 저항세력의 전력도 크게 약화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

하지만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팔루자 공격이 자칫 이라크 내 대규모 폭력사태를 유발해 내년 1월 총선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고 8일 경고했다. 외신들도 4월 한 달간 이라크인 731명과 미군 135명이 숨졌던 ‘팔루자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속 챙기는 시아파와 쿠르드족=수니파 저항의 구심점인 팔루자가 미군에 장악될 경우 시아파와 쿠르드족은 내년 총선에서 정치적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다와당, 이슬람 최고혁명위원회 등 시아파 정당들은 지난달 말 시아파 최고지도자 알리 알 시스타니를 정점으로 뭉쳐 총선 후보자 명단을 공동 작성하기로 결정했다. 강경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 사드르도 8일 기존 시아파 정당과 연합해 총선 후보를 내겠다고 밝혔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라크 인구의 약 60%를 차지하는 시아파가 단합한다면 1921년부터 이어져 온 수니파 정권 대신 시아파 정권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은 자치권 획득에 부풀어 있다. 이 지역은 이야드 알라위 총리가 비상사태 선포 대상에서 제외할 정도로 독자적 치안능력을 갖추고 있다. 마수드 바르자니 쿠르드민주당 당수와 잘랄 탈라바니 쿠르드애국동맹 당수는 기회 있을 때마다 “쿠르드족이 자치권을 가질 수 없다면 총선에 협력하지 않겠다”며 자치권을 주장하고 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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