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케네디 美예일대 교수 “한국의 脫美-親中정책 걱정돼”

  • 입력 2004년 10월 12일 19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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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매일경제신문
사진제공 매일경제신문
“한국이 미국 중심에서 벗어나 ‘친(親)중국’ 정책을 펼치는 것은 섣부른 판단입니다.”

세계적 석학으로 꼽히는 폴 케네디 미국 예일대 교수(사진)는 12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 국제정세로 볼 때 한국이 중국과의 우호증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명확하게 드러나 있지 않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매일경제신문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공동주최로 이날 개막된 ‘제5회 세계지식포럼’ 참석차 방한한 그는 1987년 출간한 ‘강대국의 흥망’ 등을 통해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학자다.

―한국사회 일각의 중국 선호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중국에 대한 한국의 선호는 성급하다. 중국이 한국에 아무 것도 보장해 주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인들을 분개시킬(irritate) 뿐이다. 만약 한국이 기존의 미국 중심 외교에서 탈피해 친중(親中) 기류에 탑승한다면 이는 득실을 치밀하게 계산하지 않은 섣부른 판단이다. 중국은 오히려 미국과의 관계를 매우 중요시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반미(反美) 감정이 높아지고 있다.

“젊은이들의 반미 감정은 한국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현상이다. 다만 한국의 젊은이들이 미국이 남북통일에 반대한다는 생각으로 반미 감정을 가진다면 이러한 생각은 버려도 된다. 미국 정부는 한반도 통일 이후 동북아 지역에서의 영향력 변화를 우려하고 있기는 하지만 일반 미국시민들은 남북통일을 적극 반기고 있다.”

―새로운 국제질서 속에서 한국이 살아남는 방법은 무엇인가.

“한국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라는 4마리 코끼리 사이에 앉아 있는 작은 동물의 처지와 같은 국가다. 이런 약한 국가의 생존 전략은 4마리 코끼리와 부드러운 관계를 유지하면서 이들이 ‘날뛰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올해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존 케리 상원의원이 집권할 경우 한반도 정책이 바뀌는가.

“케리 후보가 이길 경우 케리 정부는 다자간(multi-lateral) 접근방식과 군사력이 아닌 외교력을 통한 점진적 화해협력 방법을 택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만약 북한이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등 ‘사나운 모습’을 보인다면 케리 정부도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김상훈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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