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인 다독이랴… 테러 경계하랴… 아르빌 민간업체 ‘2중고’

  • 입력 2004년 10월 9일 02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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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아르빌에는 3000여명의 한국군 자이툰부대원 외에도 70여명의 민간인들이 활동하고 있다. 자이툰부대의 컨테이너 막사나 에어돔 건설, 각종 통신시설을 짓거나 개보수하는 일을 맡고 있다.

이들은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신변의 위협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이라크인들과의 문화적 차이. 원자재를 인근 아랍국가나 현지에서 조달하고 현지인을 고용해 일을 진행하고 있지만 문화적인 차이 때문에 일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한국인 민간인들 사이에 ‘인샬라’ 공법이라는 말이 유행되고 있다고 했다.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현지인들의 일 습관 때문이다.

민간인을 가장 많이 파견한 기업은 태화전공. 많을 때는 40여명의 직원들이 아르빌 현지에 나와 컨테이너 막사를 짓기도 했다. 이 회사 유인식 부사장은 “군과 약속한 시간 내에 막사를 짓지 못하면 병사들이 하늘을 보며 자야 할까봐 초조해진다”며 “그런데도 쿠르드 현지인들의 일 진행 속도가 매우 느려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자본주의 문화가 없는 이곳 주민들은 일이 힘들면 갑자기 현장을 떠나버리는 일도 다반사다.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개념도 희박한 편이다. 이들이 떠난 현장에는 결국 특전사 부대원들이 투입돼 마무리 작업을 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각종 전기시설 공사를 맡은 상명전기 정찬조 사장은 “레바논에서 발전기를 들여와야 하는데 현지 주민들이 너무 위험하다며 수송을 거부해 애를 먹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사장은 “요즘에는 쿠르드인들이 전기 기술을 배우려는 성실한 자세를 갖기 시작해 큰 시름을 덜었다”고 말했다.

각오는 하고 한국을 떠났지만 안전문제는 이들을 더욱 긴장하게 만든다. 일 처리를 위해 아르빌 시내로 나갈 때는 현지 민병대원들의 경호를, 국경을 넘나들 때는 한국군의 경호가 필수적이다. 초기에는 아르빌 시내 호텔에 머물렀지만 갈수록 테러위협이 높아지면서 거처를 부대 안으로 옮겼다.

이라크 저항세력은 정규군과 전투를 벌이기보다는 민간인을 살해, 납치하려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 민간인들이 자이툰부대원보다 훨씬 많은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이다. 현지 통신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KT의 한 직원은 “테러위협 때문에 지난 한 달간 부대 밖을 나간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아르빌=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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