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리네크 작품세계]폭력적 性묘사로 남성주의 해체 시도

  • 입력 2004년 10월 7일 23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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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작가로 열번째 노벨상을 수상한 오스트리아의 엘프리데 옐리네크. 그는 남성 중심 사회의 폭력성을 집요하게 고발해 ‘찬사와 함께 증오를 많이 받는 작가’로 꼽혀왔다. 빈=AP 연합
여성 작가로 열번째 노벨상을 수상한 오스트리아의 엘프리데 옐리네크. 그는 남성 중심 사회의 폭력성을 집요하게 고발해 ‘찬사와 함께 증오를 많이 받는 작가’로 꼽혀왔다. 빈=AP 연합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문학이 높이 평가받는 점은 무엇보다도 이 작가가 가진 엄청난 ‘언어적 정열’에 있다. 그는 사회적 정치적 부조리와 남성 중심적 권력체제에 대한 분노와 항거의 목소리로 강력한 언어적 열정을 갖고 독자들의 의식을 뿌리째 흔들어 놓았다. 그는 초기 소설에서 오스트리아 사람들의 신분상승적, 권력지향적인 세속적 성향을 통렬히 비판해 왔다.

그는 가부장적 권력체제를 고발하고 비판함으로써 가장 도전적이고 선동적인 글쓰기로 독일 페미니즘 문학에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옐리네크씨의 작품 활동은 1960년대 후반부터 시작되지만 그가 작가로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이후. 80년대와 90년대 이후 독일의 페미니즘 이론이 체계화되는 시기에 프랑스의 여성 언어학자인 줄리아 크리스테바, 뤼스 이리가리, 엘렌 식수 등이 라캉과 후기구조주의자들의 논리를 적용해 새롭게 발전시킨 페미니즘 이론이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 이때 이 이론에 근거한 가장 대표적인 글쓰기의 작가로 옐리네크씨가 관심을 끌어 ‘옐리네크 다시 읽기’ 붐이 일었다. 기존 남녀간의 성 체계를 파괴하는 그의 도전적인 글쓰기는 많은 남성 작가들의 분노를 일깨워 그는 ‘천박한 포르노 작가’라는 신랄한 비판과 도전을 받았다. 그때마다 그는 자신의 작품 동기와 의도가 기존 사회체제가 갖고 있는 위선과 비리를 폭로하고 고발하며 비판하는 데 있으므로 여성적이고 우아한 표현기법을 사용 않겠다는 작가적 의도를 밝혔다.

옐리네크씨는 자신의 글쓰기를 이데올로기의 파괴 과정이라고 규정한다. 가면을 쓰고 진실인양 움직이지 않는 고정상을 파괴하는 것이 ‘신화 파괴 작업’이며, 이 작업을 행하는 것이 자신의 글쓰기 행위라는 것이다. 그는 고전주의 대문호들인 괴테, 실러, 횔덜린 등의 작품들에 나오는 문구들을 인용하면서 자신의 단어 몇 개를 치환함으로써 본래의 의미를 전도하고 그 내용을 희화화시키는 언어적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그는 이 밖에 통속문학 작품 또는 독일 민요나 가곡의 가사들까지 작품의 소재로 도입해 원전적인 본래의 의미를 전도시킨다. 그의 작품이 언어적으로 극히 난해하면서 힘든 작업으로 느껴지는 까닭은, 그의 작품에 인용되고 전도된 원전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므로 많은 교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토마스 만이나 귄터 그라스의 소설이 독자에게 엄청난 교양을 요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옐리네크씨도 분명 어렵고 힘든 작품을 쓰는 작가임에 틀림없다.

이병애 이화여대 명예교수·독문학

▼옐리네크는…▼

1946 오스트리아 슈타이어마르크주 뮈르츠추슐라크에서 출생

1964~1971 빈 국립음대와 빈 대학에서 작곡과 미술사, 연극학 공부

1967 첫 시집 ‘리자의 그림자’ 발표

1969 오스트리아 청년 문화 주간지, 서정시와 산문상 수상.

1970 소설 ‘우리들은 미끼새들이다’ 발표

1972 소설 ‘미하엘’ 발표. 오스트리아 정부 문학 장학상 수상.

1975 소설 ‘연인들’ 발표

1983 소설 ‘피아노 치는 여자’ 출간

1984 희곡 ‘클라라 S 음악 희극’ 출간

1986 하인리히 뵐 상 수상

1987 희곡 ‘질병 혹은 현대 여성들’ 출간

1989 소설 ‘욕망’ 출간

1994 페터 바이스 상 수상

1995 소설 ‘죽은 자의 아이들’ 출간

2000 소설 ‘잡담 소설’ 출간

2002 베를린 연극상 수상. 하인리히 하이네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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