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史 왜곡前 티베트도 당했다

  • 입력 2004년 8월 18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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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아시아 고대사 왜곡의 대상은 비단 고구려뿐만이 아니다. 이미 티베트, 신장 웨이우얼, 네이멍구 등 역사적으로 독립국가를 형성했던 주변국에까지 손을 뻗쳐 왔다. 해외에 망명 정부가 있거나(티베트) ‘역사적 뿌리’가 엄연한 이민족(고구려)의 역사조차 ‘중국사의 주머니’ 속으로 집어 넣는 작업을 공개적으로 벌이고 있다. 정치 경제적인 이익이 배경이다.》

중국이 티베트 역사를 중국사로 편입한 ‘서남공정(西南工程)’이 고구려 역사 왜곡 프로젝트인 ‘동북공정(東北工程)’과 과정이 매우 흡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고구려 역사 왜곡은 서남공정의 재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세대 김선자 박사(중어중문학)는 18일 중국 국책연구기관인 중국사회과학원 산하 중국장학연구중심(中國藏學硏究中心)의 홈페이지(www.tibetology.ac.cn)상에 “시짱(西藏·티베트)은 자고이래로 중국과 나눠질 수 없는 (중국의) 일부분”이라고 적혀 있는 사실을 찾아냈다. 이는 7세기 초 국가를 형성한 이후 원, 청 시대를 제외하고 독립국가로 존재해온 티베트의 역사를 지워버린 것.

1986년 시작된 서남공정은 1996년부터 시작된 고구려사 왜곡 과정에도 이어지고 있다.

우선 최고지도자의 의중이 시발점. 장학연구중심의 티베트 역사 중국 편입 연구는 최고 지도자였던 덩샤오핑(鄧小平) 당시 중앙군사위 주석의 직접 지시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관영 흑하일보는 2003년 8월 6일자에서 “중국사회과학원이 추진 중인 동북공정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등 중국 최고위층의 승인과 비준 아래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절차도 ‘복사판’이다. 장학연구중심은 우선 티베트를 고구려처럼 중국의 일개 지방정부로 전락시키는 한편 당나라 시절 장안까지 세력을 넓혀 중앙아시아의 패자로 군림했던 8세기 티베트의 역사를 통째로 누락시켰다. 조공과 책봉을 근거로 들어 티베트를 중국사로 해석하는 것도 유사하다.

외교안보연구원 박두복 교수는 “조공이나 책봉은 영토적 귀속이나 융합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라면서 “중국의 논리대로라면 조선왕조도 중국사로 편입시켜야 할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김 박사도 “중국 정부가 정치적인 주장을 내세우면 중국 학자들은 이를 뒷받침할 증거를 찾아낸다”면서 “중국에서의 학술연구는 정치적 도구”라고 지적했다.

대규모 전문인력 동원도 닮았다.

1986년 시작된 티베트 역사 왜곡에는 장학연구중심에 130여명의 연구원이 투입됐다. 이달 중순 상하이(上海)의 문화평론가 주다커(朱大可)는 “최근 5년간 역사학계는 고대사에 대한 ‘단대공정(斷代工程·시대구분 프로젝트)’을 위해 30개 단체 200여명의 전문가를 동원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중국이 정치 경제적 이익 때문에 역사 왜곡에 집착한다는 점도 지적된다.

중국은 티베트 독립을 허용할 경우 신장웨이우얼, 네이멍구, 만주로 이어지는 도미노식 독립 요구 확산을 우려하고 있다는 것. 시사주간 타임도 최근 “남북한 통일이 이뤄질 경우 만주지역에 사는 조선족의 분리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해 중국이 동북공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티베트의 경우는 특히 석유, 알루미늄, 우라늄 등 풍부한 지하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역사 왜곡의 주요 이유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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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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