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軍 철수 효과 봤다” 이라크 너도나도 연쇄납치

  • 입력 2004년 8월 3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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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라크에서는 사흘에 한 번꼴로 외국인이 납치된다. 인질 억류기간도 예전에 비해 길어졌을 뿐 아니라 인질을 죽이는 경우도 잦아졌다. 왜 그럴까?

전문가들은 필리핀군 철수 때문이라고 말한다. 지난달 19일 필리핀군이 이라크에서 떠날 때 ‘필리핀은 자국 인질을 구했지만 납치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그 예측은 현실이 되고 있다.

▽‘약발’ 받는 납치=로이터통신에 따르면 4월 이후 지금까지 이라크에서 실종되거나 납치된 외국인은 모두 23명. 그중 지난달 19일 이전에 납치된 사람은 5명에 불과하며 18명이 그 이후 납치됐다.

6월까지만 해도 비(非)파병국 혹은 이라크에 우호적인 국가 출신 인질은 곧장 석방됐다. 하지만 필리핀 철군 이후 납치된 인질들은 요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대개 살해되고 있다.

납치범들의 요구에 굴복해 이라크를 떠나는 외국 기업도 속출하고 있다. 터키 트럭운수회사연합회는 2일 자국 트럭운전사 1명이 살해되자 “인질로 잡힌 나머지 운전사 2명을 풀어주면 미군 물자를 수송하는 트럭회사가 이라크에서 철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한 요르단 운수회사도 “72시간 내에 철수하지 않으면 요르단 트럭운전사 인질 2명을 죽이겠다”는 위협을 받고 ‘완전 철수’를 선언했다.

▽마구잡이 살해=더 큰 문제는 인질 살해의 ‘원칙’이 사라졌다는 점. 필리핀군 철수 이후 지금까지 살해된 외국 인질은 3명이다. 4∼6월 살해된 6명에 비해 수는 많지 않지만 파키스탄인 2명과 터키인 1명으로 비파병국 출신 이슬람교도들이다.

납치단체도 다양해졌다. 지난달 28일 파키스탄 인질 2명은 ‘이라크 이슬람군’이라는 생소한 단체에 의해 살해됐다. 최근 “미군에 협력하는 요르단 기업인들을 공격하겠다”고 밝힌 ‘죽음의 집단’이나 지난달 21일 인질 7명을 붙잡은 ‘검은 깃발’도 알려지지 않은 조직. 납치가 효력을 보이자 새 단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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