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군대로 이라크 저항세력 진압해야 "

  • 입력 2004년 7월 30일 16시 24분


코멘트
이라크의 과도 입법부 역할을 할 국민평의회 대의원을 뽑는 국민회의 개최일이 당초 29일에서 2주 이상 늦춰질 정도로 치안이 악화되자 아랍국가의 군대를 이라크로 파병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영국의 경제주간 이코노미스트 인터넷판은 29일 "이슬람 군대가 이라크로 파병되면 종교적 동질감으로 인해 치안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며 "하지만 미국의 협력자로 간주될 수 있는 위험 때문에 실제 아랍국의 이라크 파병은 이뤄지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개 드는 이슬람 군대 파병론=이야드 알라위 총리는 19일부터 아랍국 순방에 나서면서 이라크 재건 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이라크와 분쟁 위험이 적은 비(非)인접 아랍국에게는 군대 파병을 적극적으로 부탁했다. 이라크 내 반미감정이 높은 상태에서 자국 군대와 경찰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자 알라위 총리가 새로운 '카드'를 빼든 것.

28일 사우디아라비아가 군대 파병 의향을 내비쳤다. 앞서 초드리 슈자트 후사인 파키스탄 총리도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이라크 치안 유지를 위한 이슬람 군대 창설에 논의했다. 예멘과 바레인은 조건부 파병을 제의하고 나선 상태.

알라위 총리는 올 4월 미군과 수니파 저항세력 사이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팔루자에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 시절 치안을 담당했던 바트당원들을 투입하자 눈에 띄게 안정을 되찾았던 선례를 확대 적용하겠다는 심산이다.

▽전망은 부정적=이집트, 방글라데시 등 대부분 이슬람 국가들은 '파병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라크 재건을 위한 파병이라고 하지만 결국 미국을 도와주는 셈이 되기 때문. 대신 이들 국가는 외채탕감, 국경통제 강화, 치안요원 훈련 등 간접적 지원을 약속했다.

설령 이슬람 군대가 투입된다고 해도 효율성은 높지 않을 전망이다. 김선일씨를 살해한 테러단체인 '알 타우히드 왈 지하드(유일신과 성전)'는 최근 "이교도를 돕는 이슬람교도는 죽여도 좋다"고 밝혔다.

'이라크 이슬람군'이라고 밝힌 테러단체는 28일 파키스탄 정부가 이라크 파병을 논의한다는 이유로 파키스탄인 인질 2명을 살해했다. '미국에 협조하는 국가는 이슬람 국가 여부를 가리지 않고 공격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셈이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