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YT 공익편집인, 신문 체면 살리라니까 되레 칼질”

  • 입력 2004년 7월 13일 19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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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의 깎인 체면을 살려달라고 했더니 오히려 칼을 더 휘두른다.’

뉴욕 타임스가 제이슨 블레어 기자의 기사 표절 및 조작 스캔들을 수습하기 위해 고심 끝에 채용한 공익편집인(Public Editor) 때문에 신문사 내부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고 경쟁신문사인 월 스트리트 저널이 12일 전했다.

뉴욕 타임스는 지난해 11월 잡지 편집인 출신의 대니얼 오크렌트(56)를 공익편집인으로 영입했다.

그는 뉴욕 타임스 칼럼을 통해 뉴욕 타임스의 기사가 불완전했다는 등 내부 비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정도가 지나치다고 느낀 기자들은 “별 것도 아닌 것까지 문제 삼는다”거나 “물어보지도 않고 써댄다”고 화를 내기 시작했다.

퓰리처상 수상 경력의 데이비드 존스턴 기자는 공익편집인과 만난 자리에서 분을 삭이지 못해 책상을 내리치기까지 했다.

오크렌트 공익편집인이 11일자 칼럼에서 어린이 학대 혐의로 조사받는 작가를 다룬 보도를 비판하자 신문제작을 책임진 빌 켈러 편집인은 보도를 옹호하면서 그에게 e메일을 보내 “이봐, 휴가나 가지”라고 비꼬기도 했다.

오크렌트 공익편집인은 즉각 “당신도 휴가를 가야겠어”라며 “때때로 문제 제기는 그냥 문제 제기일 뿐이고 그게 바로 신문보도”라고 응수했다.

공익편집인 제도를 도입한 아서 설즈버거 뉴욕 타임스 회장은 제도 도입의 성과에 대한 질문에 “그는 아직까지는 살아남아 있는 것”이라며 “그에게 정말로 경고하려고 한 적도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의 지적이 항상 반발만 사는 것은 아니다. 켈러 편집인은 그의 칼럼이 나오면 해당 편집간부들을 불러 그의 문제 제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라고 일러둔다. 켈러 편집인은 “때때로 의견충돌이 있지만 신문 내부에 건설적인 성찰을 가져다주기도 한다”고 평가했다.

과거 뉴욕 타임스는 기사가 틀려도 다음 기사에서 적당히 얼버무리곤 했지만 지금은 인터넷판에서 새 정보와 종전의 틀린 정보를 대조해서 볼 수 있도록 링크를 걸어놓고 있다. “매우 강한 면역체계를 갖고 있는 뉴욕 타임스에서 나는 매우 다른 항원(抗原)”이라며 스스로를 ‘편집국의 이방인’으로 부르는 오크렌트 공익편집인은 18개월의 계약기간이 끝나면 그만두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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