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황호택/일본의 ‘겨울 戀歌’

  • 입력 2004년 6월 18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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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준이 한국보다 일본에서 더 인기를 끌고 있다. 배용준은 일본에서 ‘욘사마’라고 불린다. 사마(樣)는 일본 왕족과 귀족에게만 붙이는 극존칭.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발표한 올 상반기 히트상품에 배용준은 니콘사의 ‘디지털 카메라’와 함께 공동 2위에 올랐다. 고이즈미 일본 총리는 한국 드라마의 열풍에 관해 언급하면서 “욘사마가 총리보다 훨씬 인기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 NHK는 시청자들의 압력 때문에 배용준이 출연하는 ‘겨울 연가’를 올림픽이 열리는 한 달간 결방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일본 주간지들은 경쟁적으로 배용준을 커버스토리로 다룬다. 아사히신문도 여러 차례 배용준 특집기사를 썼지만 폭발적 인기의 원인을 명확하게 분석해 내지는 못했다. 독자들이 배용준 기사를 찾으니까 뭔가 쓰지 않을 수 없다는 식이다. 스타를 쫓아다니는 여성들은 대개 ‘젊어 한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주간지 아에라는 도쿄대 출신의 40대 전후 고소득 전문직 여성들이 배용준을 좋아한다고 썼다. 아무튼 배용준은 단군 이래 일본인들이 자발적으로 가장 열렬하게 좋아한 최초의 한국인이 됐다.

▷일본에서 하늘을 찌르는 배용준의 인기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우선 일본 여성이 추구하는 남성상에 배용준이 들어맞는다. 배용준은 부드럽고 이지적이고 예쁜 얼굴을 가진 ‘미소 짓는 귀공자’ 스타일이다. “남편이 배용준처럼 아름답고 다정한 말을 걸어주지 않는다”는 불만을 가진 주부들이 남편이 잠든 옆에서 DVD로 ‘겨울 연가’를 감상한다. ‘겨울 연가’ 4개들이 패키지(21만원 상당)가 15만 세트 이상 팔렸다.

▷남녀관계가 점점 난잡하고 타락해 가는 일본 사회에서 ‘겨울 연가’의 순애보가 40, 50대 주부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분석도 있다. 대사가 너무 좋다는 반응도 나온다. 배용준도 넓게 보면 한류(韓流)의 한 지류다. 한국에서 대중문화에 종사하는 이들의 참신한 발상이 아시아 각국에서 뜨거운 한류를 만들어냈다. 신선한 소재와 기발한 아이디어가 각종 작품에 반영되고 장인정신이 언어와 풍속의 장벽을 뛰어넘어 아시아인의 가슴을 울린다는 분석이 그럴듯하다.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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