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거 노믹스’ IT싹 틔우고 빈부차 키워

  • 입력 2004년 6월 14일 17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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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세를 일기로 얼마 전 세상을 떠난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은 미 역사상 미국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대통령 가운데 한 사람으로 손꼽힌다.

감세(減稅)와 규제완화를 축으로 하는 ‘레이거노믹스’는 고(高)실업과 고(高)물가로 허덕이던 미국 경제를 침체의 늪에서 건져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레이건 전 대통령의 세금감면 정책은 기업가정신을 부추겨 정보기술(IT) 혁명의 토대를 마련했으며 개인의 저축과 기업의 투자를 유도해 장기적인 성장 동력의 기반을 닦았다.

공급위주의 경제학이라고 알려진 레이거노믹스는 세금감면이 근로자들의 근로의욕을 고취시키고 생산성의 향상을 가져오고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논리다. 또 생산성의 향상에 따라 인플레 압력은 완화되고 세수(稅收)도 늘어난다는 것.


그가 취임하던 해인 1981년 8월 13일 서명한 ‘경제회복 세금법안’은 이 같은 레이거노믹스가 그대로 담겨있는 첫 번째 법안이었다. 바로 전날에는 미국 IT혁명의 시작을 알리는 중요한 발표가 있었다. 미 IBM사가 미국 최초의 퍼스널 컴퓨터인 IBM PC를 공개했던 것.

기술혁신과 기업가정신을 중시하는 레이건 전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IT혁명의 원동력을 제공했다. 썬마이크로시스템스, 델컴퓨터, 시스코시스템스 등 세계적인 IT 기업들이 레이건 대통령 취임 직후에 생겨났다.

특히 1986년 발표한 또 다른 감세 법안인 ‘세금 개혁 법안’은 소프트웨어 금융서비스 등 제조업보다는 ‘아이디어’에 기반을 둔 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 것이었다. 이 법이 통과된 뒤 오라클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법인세율은 평균 44%에서 32%로 떨어졌다. 레이거노믹스는 큰 효력을 발휘했다. 1982년부터 1990년까지 미국경제는 성장을 거듭했다. 이 시기에 2000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됐고 주식시장은 2000년까지 호황을 구가했다. 1980년 13.5%에 달했던 물가상승률은 레이건 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난 해인 1989년 5%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경제성장의 ‘그늘’도 없지 않았다. 시장의 자율을 강조하는 대신 정부의 역할을 축소하면서 의료 교육 환경 등 복지예산이 큰 폭으로 삭감됐다. 감세와 사회안전망 축소는 빈부격차를 가져왔다. 세금감면으로 인해 정부부채는 3배로 증가했고 이후 미국 경제에 큰 부담을 안겨줬다. 이 때문에 비판론자들은 레이건 전 대통령의 재임기간을 ‘부채의 시대’라고 부르기도 한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레이거노믹스 :‘레이건’과 ‘이코노믹스(경제학)’를 합친 말로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사진)의 경제정책을 말한다. 정부 규제 완화와 세금 감면을 통해 경제 활성화를 추구했다. 세금을 깎아주고 기업 활동을 부추기면 저축과 투자가 늘어 경제성장이 촉진된다는 논리다. 물가와 실업률이 떨어지고 주가가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왔지만 복지예산 축소로 빈부 격차가 커졌다는 비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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