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의 경제이야기]화폐속에서 부활하는 레이건

  • 입력 2004년 6월 9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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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타계한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빈소에는 성조기, 꽃과 함께 고인이 좋아했던 콩 모양의 젤리인 젤리빈이 한 통 놓여 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캘리포니아 주지사 시절이던 1967년, 담배를 끊으려고 무진 애를 썼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캘리포니아 페어밸리에 있는 젤리벨리캔디사(社)는 그에게 젤리빈을 보내주었다.

몇 년 후 레이건 주지사는 젤리벨리캔디 회장에게 편지를 보냈다. “회의할 때나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젤리빈 통을 참석자들에게 한바퀴 돌리지 않으면 시작할 수가 없답니다.” 그가 백악관에 들어간 뒤에도 젤리빈은 백악관 회의의 필수품이 됐다. 1981년 레이건 대통령의 연두교서 발표 때 백악관은 젤리빈을 3200kg이나 주문하기도 했다. 이런 일화 때문에 이 회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이 됐다.

미국에선 레이건 전 대통령의 얼굴이 들어간 지폐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10달러짜리 지폐의 알렉산더 해밀턴 초대 재무장관의 얼굴, 20달러짜리 지폐의 앤드루 잭슨 7대 대통령의 얼굴 대신 레이건 전 대통령의 얼굴을 그려 넣자는 제안이 공화당 의원들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현재 쓰이는 달러 지폐의 기본 도안은 1929년 확정돼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지폐 도안 변경은 상하 양원의 단순 다수결로 결정되는데 현재 미국 사회의 레이건 전 대통령 추도분위기에선 민주당도 반대하기 어려울 전망.

공화당의 보수진영에선 법안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동전에 레이건 전 대통령의 얼굴을 새기는 방안을 차선책으로 추진하고 있다. 동전 도안 변경은 재무부의 결정만으로 가능하다. 이 경우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얼굴을 담고 있는 10센트짜리 동전 가운데 약 절반에 레이건 전 대통령의 얼굴을 새기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거대 정부와 높은 세금에 대한 국민의 저항이 심할 때 집권한 레이건 전 대통령은 감세와 균형재정 약속을 달성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감세정책 등을 포함해 ‘레이거노믹스’로 불리는 그의 경제정책은 미국 사회의 ‘근본적인 전환점’이 됐다고 경제학자들은 지적한다.

홍권희 뉴욕특파원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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