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레이건-나카소네 혈맹, 부시-고이즈미로 이어져

  • 입력 2004년 6월 7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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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일본을 방문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오른쪽)에게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가 술을 따라주고 있다. 가운데는 낸시 여사.-동아일보 자료사진
1983년 일본을 방문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오른쪽)에게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가 술을 따라주고 있다. 가운데는 낸시 여사.-동아일보 자료사진
《일본 정부는 7일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장례식에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86) 전 총리를 특사로 파견하기로 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G8(선진7개국+러시아) 정상회담 참석차 8일부터 미국을 방문하지만 고인과의 개인적인 친분을 고려해 나카소네 전 총리가 적임이라고 판단했다는 것.》

호소다 히로유키(細田博之) 관방장관은 “두 전직 정상이 ‘론-야스’로 불릴 만큼 친한 사이였으며, 다양한 국제정치 문제들을 함께 풀어간 동반자라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론-야스’는 두 사람 이름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조어로 이들이 집권하고 있던 1980년대의 긴밀한 미일관계를 상징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현재의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의 밀월이 20여년 전 ‘론-야스’ 동맹을 빼닮았다는 점.

레이건 전 대통령과 나카소네 전 총리는 1983년 1월 첫 만남에서 의기투합해 “미국과 일본은 운명공동체”라고 선언했다. 그 후 나카소네 내각은 미국이 옛 소련의 위협에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추진한 전략방위구상(SDI)을 적극 지지했다.

일본 정부가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군사비 지출을 국민총생산(GNP)의 1% 이내로 억제했던 정책도 당시 레이건 행정부의 양해를 얻어 슬그머니 폐기했다. 나카소네 내각은 한술 더 떠 일본제 첨단무기를 미국에 수출해 양국 군사협력의 여지를 넓혔다.

아사히신문은 당시의 미일동맹이 지금은 미사일방어(MD) 체제의 공동개발과 무기수출 3원칙의 수정 움직임으로 재현되고 있다고 전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오른쪽)은 2003년 5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를 미국 텍사스 크로퍼드의 개인목장에 초대해 친구처럼 함께 산책하면서 돈독한 관계를 과시했다.-동아일보 자료사진

부시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는 잦은 정상회담에서 쌓은 우정을 바탕으로 이라크 사태와 북핵 문제 등에서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고이즈미 총리를 ‘내 친구’라고 부르며 자위대의 이라크 파견에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 고이즈미 총리도 이런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미국과 북한, 미국과 유럽의 중재 역할을 하겠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레이건과 부시 대통령은 ‘힘의 미국’을 앞세우는 공화당 출신이고, 나카소네와 고이즈미 총리는 우익 정당인 자민당 내에서도 오른쪽으로 더 기울어진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결합은 이념적으로도 맞아떨어진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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