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냐 간디의 인도]빈민 지지층 업고 도약 가능할까

  • 입력 2004년 5월 17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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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포효는 계속될 것이다.”

인도 국민회의당 연합 소속 19개 정당이 만장일치로 소냐 간디 당수를 새 총리로 지명한 16일 인도 DSP 메릴린치의 알로크 베즈파이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새 정부가 좌파연합 정권이지만, 경제개혁을 통한 인도의 고속성장 스토리는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새 정권은 총선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새도 없이 성장과 분배를 둘러싼 갈등과 이를 지켜보는 외부의 불안한 시선을 불식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성장 정책엔 변함없다=새 정권에 대한 최대의 걸림돌은 국민회의당 핵심 지지세력이었던 공산당이 될 전망이라고 BBC 방송이 14일 보도했다.

공산당은 이미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전 총리의 바라티야자나타당(BJP)이 채택했던 국영기업 민영화 정책을 계승하려는 국민회의당에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새 정부는 당장 정부소유 은행주식 매각, 국영 인도항공과 인디언 항공의 민영화, 석유산업 규제완화 등 핵심적인 결정을 내려야 하지만 공산당의 반발로 고심하고 있다.

국민회의당 스스로도 농민과 도시빈민층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어야 할 책임을 안고 있다.

바지파이 정권은 ‘빛나는 인도(India is shining)’라는 구호 아래 지난해 4·4분기(10∼12월)에만 10.4%라는 경이적인 경제성장률을 기록하고도 총선에서 패배했다. 인도판 ‘함께 나눠먹자’는 요구가 반영된 결과이다.

실제로 고도성장 속에서도 하루 수입이 1달러에 불과한 극빈층이 3억명에 이를 정도로 분배의 불균형은 극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회의당의 자이람 라메시 대변인은 NDTV 인터뷰에서 “정책 반전에 대한 우려는 전적으로 기우”라며 “새 정부는 친(親) 성장, 친 투자 정부”라고 강조했다.

▽내부 통합이 문제다=여권 연합소속 정당들이 소냐 당수에게 총리를 맡을 것을 요청했지만 갈 길은 멀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났다는 출신의 한계와 검증받지 못한 지도력이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새 정권의 1차적 과제는 난립한 각 정당의 이견을 효과적으로 조정하는 작업이 될 전망이다. 총선을 지원한 인도공산당과 인도 마르크스주의당은 벌써부터 소냐 당수에 대해 ‘지지는 하되 연정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며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반대파의 불만을 잠재우는 것도 필요하다. 총선 결과가 국민회의당 지지라기보다는 BJP에 대한 반대의 산물이라는 점에서도 내부 통합 필요성은 절실하다.

힌두 민족주의자인 한 장관은 소냐 당수가 총리가 되는 것은 ‘국가적 수치’라며 의원직을 그만두겠다고 협박하기도 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대외 관계=바지파이 정권의 대외정책을 원만하게 계승하는 것도 주변국과의 관계 설정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일부 분석가들은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 과제인 파키스탄과의 평화협상 추진 속도가 느려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바지파이 전 총리는 파키스탄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은 물론이고 미국, 이스라엘 지도자들과도 개인적인 유대관계를 구축했었다.

국민회의당은 전통적으로 미국과의 관계에 비중을 덜 두어왔다. 이스라엘에 비판적인 공산당을 염두에 둬야 하기 때문이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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