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로학대 사과 한마디로 끝내나"

  • 입력 2004년 5월 7일 19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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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이 미군의 이라크 포로 학대 사건에 대해 사과했지만 파장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부시 대통령이 럼즈펠드 장관 경질 의사가 없음을 내비치면서 야당과 여론의 비난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신보수주의자(네오콘·neocon)의 영향력 퇴조로 이어질 공산도 크다.

▽럼즈펠드 사임 압력=워싱턴 정가의 관심사는 럼즈펠드 장관의 사임여부에 집중되고 있다. 그에 대한 탄핵 문제도 거론되고 있다. 미 지도부가 아직도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여론이 팽배하다.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6일자 사설에서 “우리는 이라크전쟁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도덕적 권위)을 잃을 위험에 처해 있다”면서 “부시 대통령은 내일이나 다음달이 아니라 오늘 당장 (럼즈펠드 장관을)해임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또 이라크전쟁의 전략 입안자인 폴 울포위츠 국방부 부장관도 후임자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톰 하킨 민주당 상원의원도 “우리나라를 위해, 우리 군대의 안전을 위해, 전 세계에서 우리의 이미지를 위해 럼즈펠드 장관이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포스트도 같은 날 럼즈펠드 장관을 ‘럼즈펠드씨’라고 표현한 사설에서 “교도소의 무법체제는 럼즈펠드씨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과 동맹국에 의해 구금된 수백명은 제네바협약에 따른 어떤 권리도 갖고 있지 않다고 공개 선언한 2002년 1월에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의회 움직임=럼즈펠드 장관은 7일 상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라크 포로 학대 사건에 대해 “심심한 사과를 표한다”고 말하고 이번 사건의 신속하고 성실한 조치를 다짐했다. 그의 발언 도중 인권운동가들로 보이는 몇 명의 시민들이 ‘럼즈펠드 파면’ 등 구호를 외치며 30초가량 청문회를 중단시키는 이례적인 소동이 일어났다.

청문회 위원들은 사태가 이 정도로 악화되기까지 방치한 럼즈펠드 장관의 책임을 추궁해 향후 사임 요구 압력이 거세질 것임을 예고했다.

앞서 팻 로버츠 상원 정보위원장과 벤 넬슨 상원의원은 포로 학대 사건이 벌어진 아부그라이브 수용소는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시절의 고문실이며, 동시에 미군을 곤혹스럽게 한 상징물이므로 폐쇄해야 한다고 국방부에 촉구했다고 CNN이 전했다.

하원은 6일 포로 학대를 비난하고 관련자의 신속한 사법처리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체면 구긴 미국=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6일 이번 사건으로 미 행정부의 입지가 좁아졌다고 지적했다. 이라크 주권이양 날짜(6월 30일)는 다가오지만 오히려 치안 상황이 악화되고, 반미 감정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던 일본의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외상은 7일 “(이라크 포로 학대는) 비인도적인 행위로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일본 정부의 우려를 미국에 전할 것을 담당부서에 지시했다.

한편 국제적십자사연맹은 7일 미군 감옥에서 자행된 가혹행위를 ‘고문’으로 규정했다.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 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는 이라크 전역의 연합군 구금시설에 대한 진상조사를 허용할 것을 촉구하는 서한을 럼즈펠드 장관 앞으로 발송했다.

워싱턴=권순택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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