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卵子)만으로 쥐 탄생

  • 입력 2004년 4월 22일 15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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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더 이상 필요 없다?'

22일 영국의 과학 전문지 네이처 인터넷 홈페이지에 따르면 한일 공동연구팀이 쥐 실험을 통해 정자 없이 유전자 조작을 한 난자만을 사용해 '아버지 없는 쥐'를 탄생시키는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네이처 인터넷 판은 '인간도 이런 일이 가능할까'라는 부제를 달아 머리기사로 보도했으며 일본 언론 매체들은 "인간에 응용될 가능성으로 생명윤리 논쟁을 가져올 것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포유류는 단위발생(單位發生)이 불가능하다'는 과학계의 상식을 뒤엎는 연구 결과를 네이처에 게재한 연구자는 도쿄농대의 고노 도모히로(河野友宏)교수 등 3명과 한국의 바이오벤처기업인 마크로젠 박은성, 서울대 의대 서정선 교수 등 5명.

단위발생이란 정자 없이 화학적 반응만으로 난자가 세포분열을 일으켜 개체를 만들어내는 생식방법. 개미 벌 진딧물 물벼룩 등 곤충과 어류 가운데서는 단위발생이 가능해도 포유류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제까지 정설이었다.

한일 공동연구팀은 미성숙 단계에서는 난자와 정자의 유전자 구조가 거의 같다는 점에 착안, 쥐의 난모세포 유전자를 조작해 정자에 가깝게 만들었다. 이 난모세포를 성숙시켜 다른 쥐의 난자에 정자 대신 이식한 다음 화학물질로 자극, 세포분열을 일으켰다. 연구팀은 이어 배아를 성숙시키는 실험을 460회 실시한 끝에 쥐 10마리를 태어나게 하는데 성공했지만 제대로 자란 것은 한 마리에 불과했다. '아버지 없이' 태어나 현재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15개월 된 쥐는 이후 정상적인 수정을 통해 12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실험의 성공이 생명 탄생의 해명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연구를 이끈 고노 고수는 "포유류만 왜 생식에 암수가 필요한가 하는 의문 때문에 실험을 시작했으며 다음에는 돼지를 이용한 실험을 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이번에 사용한 실험 방법을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네이처 인터넷판도 "세포핵 이식을 통한 복제와 마찬가지로 이번 방법도 높은 실패율과 이렇게 해서 태어난 동물이 과연 건강하고 정상적일까 하는 불안전성 때문에 인간에게 적용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전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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