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철군 파장]이라크 ‘국제 연합軍’ 명분 퇴색

  • 입력 2004년 4월 19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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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뜩이나 이라크에서 고전 중인 미국에 스페인의 이라크 철군 결정은 적지 않은 타격을 주었다.

당장 급진 시아파와 대치하고 있는 나자프 지역에 구멍이 뚫리는 데다, 다른 파병국의 철군 도미노 현상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뉴욕 타임스는 18일 “미국의 일방주의적 이라크 정책에 대한 대내외적 비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동맹국의 이탈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심각한 타격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군사적 충격파=스페인군은 급진 시아파 근거지인 나자프 지역의 치안을 담당해 왔다. 미군은 시아파 지도자 무크타다 알사드르를 체포하거나 사살한다는 방침. 그러나 주도적인 역할을 해줘야 할 스페인군이 철군하면 나자프 진입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팔루자 등 다른 지역에서도 여전히 교전 중인 미군이 관할 지역을 갑자기 넓히기도 어려운 상황. 지난 주말에만 미군 10명이 숨지는 등 이달 들어서 숨진 미군은 99명에 달한다.

스페인은 1300명을 파병해 파병국 중 6번째로 많은 병력을 이라크에 주둔시켰으며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등 스페인어권인 남미 병력의 구심점 역할을 해 왔다.

연합군 희생과 인질 사태가 잇따르면서 각국의 철군론에도 다시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 우크라이나 포르투갈 필리핀 등이 이달 들어 철군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미국 고립 심화=뉴욕 타임스는 “(일방주의에 대한 비난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미국이 ‘국제적인 연합군’의 모양새를 잃게 돼 부시 행정부에 타격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체 15만여명의 주둔군 중 미군이 13만명이나 돼 미국으로서는 ‘국제적인 연합군’이라는 인식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

스페인이 철군 이유로 “유엔의 역할이 실질적으로 강화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밝힌 것도 미국의 명분을 약화시키는 대목이다. 애초에 유엔의 동의 없이 전쟁을 시작했다는 한계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영국과 함께 ‘3대 전쟁 지지축’이었던 스페인의 철군은 미국에 대한 반대 여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미국은 “놀랄 일은 아니며, 스페인이 철군해도 협력 관계는 지속될 것”이라고 일단 태연한 반응을 보였지만 고립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스페인 철군에서 테러리스트들이 안 좋은 교훈을 얻어 연합군을 분열시키기 위한 공격을 계속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존 케리 상원의원도 “(스페인의 결정을)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미국은 동맹국을 계속 잃지 않고, 이라크 문제에 동참할 파트너들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마드리드·워싱턴=외신 종합 연합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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