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터넷 테러’ 대응 자경단 떴다

  • 입력 2004년 3월 29일 15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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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 개척시절 정의의 수호자를 자처했던 자경단이 사이버 세계에도 등장했다.

뉴욕타임스는 28일 무법천지가 돼 버린 인터넷를 정화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문제를 색출하고 조치를 취하는 이들의 활동을 소개했다.

보안관을 자처하는 이들은 최대 경매 사이트 이베이나 야후의 경매 사이트를 돌면서 사기 행위 등을 감시한다. 사기 행위를 적발했다고 판단하면 경매 참가자들에게 경고 메시지를 보내거나 스스로 높은 값을 불러서 낙찰을 방해한다.

채팅룸에서는 이상 성욕자 등을 색출해서 사법기관에 신고하거나 온라인 상에서 그들의 신원을 폭로하기도 한다. 악의성 있는 컴퓨터 바이러스 퇴치를 위한 프로그램을 나눠주는 해커들도 있다.

미국 문화에서 외로운 총잡이가 무법천지의 마을에 홀연히 나타나 악당을 소탕하는 이미지는 뿌리 깊다. 따라서 이같은 자경단들이 사이버세계에도 등장해 인터넷의 익명성에 의존하는 이들을 처단하겠다는 것은 그리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바이러스를 유포하는 해커들을 찾아내 기관에 신고하는 소극적인 역할에서부터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해서 집단적으로 활동하는 경우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인터넷 악당들과 '익명성 보호'라는 동일한 신념을 사이에 두고 있다. 입헌 민주주의의 작동 원리 중 하나가 익명성에 있는데 악당들 때문에 익명성을 제한하게 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신념이다.

그러나 이들의 활동이 의도대로 항상 최고의 결과만을 내는 것은 아니다. 그들의 활동이 악성 네티즌들에게 경고가 돼서 막상 국가기관이 이들을 체포하기 전에 숨어버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이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개인의 활동이 증가된 것만은 사실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덧붙였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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