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 親美-反美 쪼개지나…민주화 로드맵 이견

  • 입력 2004년 3월 28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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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드 야신 하마스 창설자 암살 등 이스라엘의 강경노선에 한목소리로 반발했던 아랍권이 주춤하고 있다.

이스라엘 ‘성토장’이 될 것으로 관측됐던 29, 30일의 아랍연맹(AU) 정상회의가 참가국의 이견으로 돌연 무기 연기됐다. 대신 이집트와 요르단 정상은 다음달 미국으로 건너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만나 중동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하빕 빈 예흐야 튀니지 외무장관은 27일 밤 “아랍의 정치개혁에 대해 이견이 있었다”면서 정상회의 연기 사실을 발표했다.

이는 스콧 매클렐런 미 백악관 대변인이 “4월 부시 대통령이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14일),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16일), 압둘라 요르단 국왕(21일)과 연쇄 회담을 갖고 중동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26일 발표한 직후 나왔다.

전날까지만 해도 아무르 무사 AU 사무총장은 정상회담 연기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 때문에 회담연기 이유가 아랍권의 갈등 때문인지, 미국의 작용 때문인지 관심을 끌고 있다. 무사 총장은 연기 발표 직후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번 정상회담 무기연기로 미국의 중동 민주화 구상에 맞서려던 아랍국들의 전열은 상당 부분 흐트러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3월 초만 해도 AU 외무장관들은 미국이 제시한 ‘대중동 구상 (the Great Middle Initiative)’에 맞서 정상회의에서 아랍식 개혁안을 만들자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시리아와 이집트가 사우디아라비아의 중동평화안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면서 내부갈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이 평화안에는 1967년 이후 이스라엘이 점령한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물러나는 대신 아랍국들이 이스라엘을 인정하고 관계를 정상화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시리아는 야신 암살 이후 “이스라엘은 평화를 논의할 대상이 아니다”며 평화안 자체를 거부하는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사우디와 바레인은 정상회담에 외무장관을 대신 참석시키겠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나타냈고, 아랍에미리트와 오만도 정상회담에 회의적 반응을 보이는 등 아랍권의 갈등이 불거졌다.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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