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 직후의 ‘진실들’

  • 입력 2004년 3월 23일 15시 51분


코멘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9·11테러' 직후 전군에 경계강화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지만 실제로 1973년 중동전 이후 처음으로 군 경계태세를 '데프콘3'로 강화 발령한 사람은 리처드 마이어스 당시 합참의장 대행인 것으로 드러났다.

'9·11 진상조사위원회'가 수많은 관계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처럼 실제와 다르게 알려진 내용을 다수 확인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22일 보도했다.

▽비상조치 발령=부시 대통령은 11일 당일 밤 자신이 "첫번째 공격 직후 정부의 비상대응 계획들을 이행했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비상령 발동은 연방수사국(FBI)이 했다. FBI는 규정에 따라 백악관 지시없이 비상령을 발동했고 각 부처는 방송으로 이를 듣고 FBI의 통보에 앞서 각자의 대응조치를 해나갔다. "부시 대통령이 국가적 재난을 선포한 것은 9월14일이었고 그 전에는 그가 비상계획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백악관 전 직원은 증언했다.

▽공군의 대응=첫번째 WTC 공격 직후 신속하게 공군 전투기들이 출격해 나머지 피랍 여객기들을 저지했다면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북미항공우주사령부(NORAD)의 당시 전투기 운용책임자는 "피랍기가 더 있는지를 연방항공청(FAA)이 즉각 알려주지 않았다"고 진술한데 대해 FAA는 "군에 이를 즉각 통보했다"고 반박했다. 또 부시 대통령은 피랍 여객기를 격추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지만 NORAD측은 이를 부인했다.

▽'에어포스 원'에 대한 위협=체니 부통령은 '9·11 테러' 직후 백악관 상황실에서 대통령 경호를 담당하는 비밀경호국 요원들로부터 '에어포스 원'에 대한 위협 보고를 받고 부시 대통령에게 네브래스카주의 지하 벙커로 향하도록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당시 비밀경호국의 백악관 당직 요원들은 이런 보고를 한 일이 없다고 증언했으며 백악관측도 "당시 루머가 난무했다"며 실수 가능성을 인정했다.

▽부시의 초등학교 방문=피랍 여객기가 처음 뉴욕 세계무역센터(WTC)에 충돌할 때 부시 대통령은 플로리다주의 초등학교를 방문 중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그후 "이 초등학교의 대기실에서 TV를 통해 비행기가 WTC에 충돌했다는 보도를 보았다"고 말했으나 첫 충돌 장면이 TV에 보도된 것은 이날 오후 늦게였다. 백악관측은 이에 대해 "착각이었다"고 해명했다.

또 두 번째 피랍 여객기가 WTC에 부딪친 직후 부시 대통령이 초등학교에서 나왔다고 백악관측은 말했으나 실제는 보고를 들은 부시 대통령이 최소한 7분 이상 교실에 더 머물렀다.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