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 1년]<中>세계로 퍼지는 테러

  • 입력 2004년 3월 18일 18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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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는 1년 전 미국에 급박한 위협이었다. 전쟁의 결과 우리 모두는 더 안전한 세상에 살게 됐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14일 NBC방송에 나와 이라크전쟁의 성과를 이같이 자평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도 이날 CBS방송에 출연해 “이라크전쟁을 감행한 것은 올바른 결정이었으며 대(對)테러전이 완수된 데 대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미 행정부의 주장처럼 과연 테러의 뿌리는 제거됐고, 세상은 더 안전해졌을까. 적어도 미국만 놓고 보면 더 이상 위협적인 테러는 없었다. 하지만 1년을 되돌아보면 이중삼중의 안전보호막을 두른 미국과 달리 세계는 본격적인 테러 공포에 휩싸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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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에선 “미국민이 느꼈던 9·11테러의 참담한 고통을 이제 세계가 나눠 갖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 국무부가 테러조직으로 규정한 단체는 9·11테러 이전 28개에서 현재 36개로 늘어났다.

▽폭력적 외교술책이 되어버린 테러=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종전을 선언(2003년 5월 1일)한 직후인 지난해 5월 13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을 하루 앞두고 수도 리야드 내 외국인 거주지역에서 연쇄폭발이 발생했다. 네 차례 폭발로 29명이 숨진 이 테러는 이라크전쟁이 ‘국제 테러전’으로 비화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3일 뒤에는 모로코에서 테러공격이 이어졌다. 동맹국의 결속을 약화시키고, 세계의 반전여론을 부추기기 위한 테러가 국경 없는 전선(戰線)을 형성한 것. 지난해 11월 20일 터키 이스탄불 영국영사관 폭탄테러는 정확히 영국을 방문 중인 부시 대통령이 토니 블레어 총리를 만나기 직전에 일어났다. 영국의 반전 분위기는 이 테러로 최고조에 달했다.

‘유럽의 9·11테러’로 불리는 이번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 폭탄테러는 테러가 국제 및 국내정치를 좌지우지하는 단계까지 발전했음을 보여줬다. 총선(3월 14일)을 사흘 앞두고 벌어진 이 대형 테러는 표심을 반전(反戰)쪽으로 급선회시키면서 정권을 바꾸기에 이르렀다. CNN은 “이라크 안에서 제한적으로 미군을 향해 겨눴던 저항세력의 총구는 이제 전 세계로 향했다”고 진단했다.

▽테러훈련소로 변한 이라크=불안한 치안상황을 틈타 이라크는 테러조직의 훈련장 혹은 실험장으로 변했다. 동맹국에 대한 저항의 수단일 뿐 아니라 종족 대립으로 인한 내전 수준의 테러도 빈발하고 있다. 군인이 아닌 민간인을 겨냥한 테러가 증가한 것은 이 때문이다. 테러의 ‘수요’가 급증하자 외부 용병도 유입되고 있다.

한국이슬람문화연구소 이원삼(李元三) 소장은 “수니파 시아파 쿠르드족 등은 지금 다른 정파나 종족으로부터 해방을 쟁취할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며 “테러가 그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이것”이라고 말했다.

▽테러 종식, 과연 가능한가=“오사마 빈 라덴을 체포해도 제2, 제3의 빈 라덴이 계속해 나타날 것이다.” 미 중앙정보국(CIA) 조지 테닛 국장은 이달 9일 의회증언에서 테러작전의 어려움을 이같이 토로했다. 그는 테러조직이 모로코 케냐 터키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등 도처로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미국의 일방주의와 테러는 비례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샤시 태루 유엔 사무부총장은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 2003년 9, 10월호에서 “테러는 미국 혼자의 힘으로 결코 해결할 수 없다”며 다자주의(Multilateralism)에 입각한 해법을 강조했다.

프랑스 파리1대학 장 클랭 교수는 “힘에 호소하는 미국식 접근법으로는 국제질서에 평화를 가져오지 못한다”고 했고, 브루킹스연구소 케네스 폴락 선임연구원은 “무엇보다 미국의 중동정책이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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