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나는 봉쇄정책 신봉자”…케넌 100세 기념행사 참석

  • 입력 2004년 2월 22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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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베를린장벽에서, 베트남에서, 그리고 비무장지대(DMZ)에서 봉쇄정책이 가장 확실한 세계 전략임을 깨달았다.”

20일 미국 뉴저지주 프린스턴대에서 열린 조지 케넌 100세 기념 강연회를 찾은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이렇게 회고했다. 서베를린, 베트남, 그리고 DMZ는 그가 군 생활 중 근무했거나 참전했던 곳이다.

케넌씨는 1946년 옛 소련 주재 미국대사관에 근무하면서 국무부에 보낸 ‘장문의 전보(Long Telegram)’를 통해 냉전시대 미국의 봉쇄(Containment) 전략을 입안한 인물. 프린스턴대는 그의 모교이다.

파월 장관의 회고는 이어졌다. 그는 어떤 사람은 역사의 목격자로 명성을 얻고, 어떤 사람은 역사의 창조자로, 또 어떤 사람은 역사 해석으로 위대함을 얻었지만 케넌씨는 이 세 가지를 모두 가진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이어 자신이 국무장관으로 취임한 직후 97세의 케넌씨가 미국의 대외정책에 관한 ‘장문의, 그리고 놀라운 편지’를 보내왔었다는 사실을 공개한 뒤 케넌씨의 21세기적 함의를 역설했다.

그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냉전시대의 막을 열었던 20세기 초와 비교하면서 “당시 위협의 대상이었던 소련의 팽창주의가 지금은 테러리즘으로 바뀌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슬프게도 테러리즘이 우리 시대를 규정하고 있다”면서 “20세기의 적이나 현재의 적이나 자유를 짓밟는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파월 장관은 그러면서 대량살상무기(WMD)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부시 행정부의 구상이야말로 새로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21세기적 봉쇄전략임을 강조했다. 실제로 미 국무부 내에서는 리처드 하스 정책기획국장이 21세기의 케넌 역을 자임하며 9·11테러 이후의 신(新) 봉쇄정책이라고 할 수 있는 ‘탈-탈냉전(Post-Post-Cold War)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고 서울대 하영선(河英善) 교수는 전했다.

파월 장관은 노쇠해진 케넌씨가 기념 강연회에 참석하지 못하자 프린스턴에 있는 그의 자택을 직접 방문했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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