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에다 목표는 부시 낙마”…‘테러→응징’ 악순환

  • 입력 2003년 11월 21일 19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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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 리야드 바그다드 그리고 이스탄불….

테러의 끝은 어디인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대(對)테러전쟁을 선언한 지 2년여. 미군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독재정권을 축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굵직한 테러는 더욱 잦아지고 있다.

▽전 세계 테러공포, 이슬람권도 타깃=9·11테러 직후 테러전쟁은 이슬람과 기독교 문화권의 갈등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최근 테러는 터키처럼 세속화된 이슬람 정권, 왕정을 유지해 온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잇따라 터져 이슬람 내부의 충돌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영국 등 테러전 수행국 뿐 아니라 이들에 협조하는 이슬람 정권도 공격목표가 되고 있다.

유엔이 생화학무기를 이용한 추가테러를 경고, 테러공포는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유엔 ‘알 카에다 및 탈레반 제재위원회(QTSC)’ 보고서는 20일 “알 카에다가 휴대용 지대공 미사일로 군 수송기 등을 공격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생화학 테러도 시간문제”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알 카에다가 기존 전략을 수정, 호텔 쇼핑센터 기업 등 ‘소프트 타깃’까지 닥치는 대로 공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싱가포르 정부도 이날 “알 카에다와 관련이 깊은 동남아 테러단체 제마 이슬라미야(JI)가 인도네시아 발리 폭탄테러에 이어 또 다른 자살폭탄 공격을 준비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알 카에다 테러주식회사(Terrorism Inc.)=아프간전쟁으로 알 카에다는 9·11테러 같은 대규모 공격력은 상실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 단체에서 훈련받은 47개국 2만명의 과격 이슬람신자들은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로 흩어져 테러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21일 테러전문가의 분석을 토대로 “알 카에다는 마치 프랜차이즈 본사처럼 전 세계 토착 테러조직에 통일적인 테러전법과 반미주의를 전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알 카에다 테러캠프를 ‘졸업한’ 이슬람 과격전사들이 각지로 흩어져 토착적인 이슈에 매달렸던 현지 테러조직을 재생시키고 있다는 것.

파이낸셜 타임스도 오사마 빈라덴의 메시지가 알 자지라 등 아랍계 방송에 보도되면 테러가 터지는 현상 등을 지적하면서 “알 카에다는 테러의 필요성 및 방법을 가르쳐 전선에 투입하는 대학과 같은 존재”라고 평가했다.

▽테러와 테러전쟁의 상승효과=터키 이스탄불의 테러는 미국의 맹방인 영국을 겨냥했지만 종국적으로는 부시 대통령을 목표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 파병을 저울질하고 있는 일본 및 한국 대사관에 대한 경고성 테러위협도 비슷한 배경으로 평가된다.

잇따른 테러는 미국의 이라크 전후 재건에 차질을 가져와 정치적으로 내년 미 대선에서 부시 대통령을 낙선시키자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부시 진영은 물러설 수 없다. 테러가 빈발할수록 부시 진영의 테러전 수행 의지는 결연해지고, 역으로 강경한 테러와의 전쟁은 테러범들의 테러의지를 북돋우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에서 정권 조기이양과 신정부 국제비준(새 이라크결의안) 등을 서두르고 있다. 이라크를 중동 민주화의 지렛대로 활용해 테러의 온상을 제거하자는 계획에 따른 것이다.

부시 대통령의 런던 방문 중 터진 이스탄불의 대형테러는 과격한 테러와 강경한 응징의 악순환이 심화되는 신호탄일 수 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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