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세인-빈라덴 밀착설 99년 이후론 확증없다"

  • 입력 2003년 11월 20일 18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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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과 알 카에다의 오사마 빈라덴, 그들은 아직도 ‘테러 공조’를 하고 있는 것일까.

미국은 대량살상무기(WMD)를 개발한 이라크가 9·11테러 주범인 알 카에다와 연계돼 있다는 점을 전쟁의 명분으로 삼았다. 그러나 WMD는 발견되지 않았고, 후세인 전 대통령과 빈라덴의 연계설도 과장됐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위클리 스탠더드는 최신호(24일자)에서 “1990년대에 양측이 긴밀한 관계를 맺어 온 것은 명확해 보이지만 1999년 이후에는 더 정교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이 잡지는 미 국방부가 지난달 27일 상원 정보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인용해 두 사람의 공조 관계를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 빈라덴은 이라크 정부 관리들을 만나기 위해 요르단에 밀사를 파견하여 첫 ‘러브 콜’을 보냈다. 1991년 이라크도 알 카에다와의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수단의 지원을 받으려 했다. 이를 통해 알 카에다는 조직의 역량을 확대하려 했고, 이라크는 금지된 무기를 운반하는 데 아프가니스탄을 거점으로 이용할 수 있기를 원했다는 것.

1990년대 중반을 거치면서 알 카에다는 이라크로부터 폭탄 제조 훈련과 은신처 등을 제공받기도 했다.

보고서는 또 이라크 정보국(IIS)의 책임자 마니 아브드 알티크리티가 1996년 7월 수단의 농장에서 빈라덴을 만났다고 밝혔다. 시기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코바르 타워스 미군기지 폭탄 테러로 미군 병사 19명이 숨진 수주일 뒤다.

후세인 전 대통령이 국제원자력기구의 대통령궁 사찰 요구를 거절하며 긴장이 고조됐던 1998년에도 알 카에다 고위 지도자가 바그다드를 방문해 부통령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1999년 이후 각 정보기관이 보고한 내용은 맞아떨어지지 않거나 불명확한 것이 대부분.

한 첩보자료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에서 활동하던 이라크인 아흐마드 샤키르가 2000년 1월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알 카에다 회의에 9·11테러 주범을 참석하도록 도왔다.

그러나 그가 이라크 정부의 지시를 받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9·11테러 주범인 무하마드 아타가 체코 프라하에서 이라크 정보국 관료와 접선했다는 주장도 접선 시기에 대한 각 정보기관의 자료들이 일치하지 않는다.

또 현재 미국에 체포된 이라크 정보부의 전 고위 관리는 “IIS와 알 카에다의 마지막 접촉은 1999년 7월이었다”며 “이때부터 이라크 정부는 알 카에다와 거리를 두려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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