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주권이양案 전망]과도의회 直選 안해… 親美 논란 예고

  • 입력 2003년 11월 16일 18시 49분


코멘트
《15일 발표된 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과통위)의 새 주권이양 청사진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지난달 과통위를 승인하면서 내걸었던 시한(12월 15일)보다 한 달 앞서 나온 것이다. 그만큼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다급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뉴욕 타임스 등 미 언론은 이날 발표된 청사진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미국으로서는 급속한 영향력 감소, 이라크엔 ‘정정 불안’과 ‘경제 파탄’의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정치 일정은?=과통위의 청사진은 미 언론이 지난주 보도한 ‘신 이라크전략’을 그대로 따랐다. 내년 6월까지 과도정부를 구성하고 2005년 말까지 신헌법 제정과 (항구적) 정부 수립을 마무리한다는 계획.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과도정부 구성 절차. 청사진은 과도의회를 구성한 뒤 이들이 과도정부를 만들도록 했지만, 과도의회 의원 선출과정에 미 군정(연합군 임시기구)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다. 과도의회 의원 선출에 이라크 사람들이 참여하는 직접선거를 배제하고 유력인사 추천안(일종의 코커스)을 제시한 것.

아흐메드 찰라비 이라크국민회의(INC) 의장 등 친미적 성향을 가진 과통위 일부 위원들의 정치적 기반을 보장해 지렛대로 활용하자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미군은?=내년 6월 말까지 과도정부가 구성되면 연합군 임시기구는 폐지되고, 사실상 미 군정은 끝나게 된다. 그러나 미군은 내년 5월 말로 예정된 감군(13만→10만명)에도 불구하고 헌법 제정과 항구적인 정부 수립 때까지의 치안유지를 명분으로 그대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미군의 성격은 찰라비 의장이 지적한 대로 ‘점령군’의 꼬리표를 떼고 과도정부의 ‘요청’에 의한 주둔군으로 바뀔 전망이다.

▽청사진대로 될까?=뉴욕 타임스 등 외신은 새 정치일정을 ‘미국의 도박’으로 평가하고 있다. 과통위 위원 일부도 치안상황 개선 및 고용증가 없이는 이번 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최근 테러공격이 사담 후세인 잔존세력의 ‘게릴라 전략’에 따른 것이라면 과도정부 출범 자체가 ‘내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가장 난산(難産)이 예상되는 대목은 과도의회 선출. 이라크 18개 주에서 사회지도층과 종교지도자들을 망라해 후보를 선출하고 후보들의 호선으로 의원들을 선출하는 간접 추천 방식이다.

후보군 선출과정이 테러로 얼룩질 가능성이 높은 데다 의원 선출을 위해 연합군 임시기구가 구성하는 조직위원회의 정통성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최대 파벌인 시아파의 반응도 근심거리다.

새 헌법 제정 때까지 적용될 ‘기본법’의 제정도 쉽지 않은 과제다.

뉴욕 타임스는 △사회적 약자의 인권 △바그다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의 경계 획정 △이슬람 교리와 세속법의 융화 등이 만만치 않은 과제라고 지적하면서 “부시 행정부가 충분한 준비 없이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