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쇼크 마음놓긴 이르다…美, 弱달러 고수

  • 입력 2003년 9월 23일 17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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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달러당 원화환율과 주가가 동반폭락하면서 휘청거렸던 국내 외환시장과 증시는 23일 어느 정도 충격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미국이 ‘강한 달러 정책’을 사실상 포기함으로써 엔-달러환율의 추가하락(엔화가치 상승)과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상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어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시각이 우세한 편이다.

▽‘환율 충격’은 일단 진정됐지만…=원-달러환율은 23일에도 소폭 하락(원화가치 강세)하긴 했지만 전날의 충격에서는 벗어나는 모습이었다. 정부가 지나친 환율 급락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힌 점과 이날 동남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환율이 크게 움직이지 않은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외환전문가들은 큰 지진 뒤에 자주 ‘여진(餘震)’이 이어지듯 환율은 우리 금융시장에 지속적인 불안요인으로 남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외환은행 외환팀 구길모(具吉謨) 과장은 “이번 환율 급락은 ‘수요 공급의 불일치’를 흡수해온 외환당국의 견제력이 한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위안화 평가절상 등 세계 금융시장에서 예상치 못한 사안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원화 환율이 급락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에서는 전날의 폭락 상황이 ‘저가 매수’의 기회로 활용됐다. 장기적으로 달러 약세로 미국경기가 회복되면 대미(對美)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홍춘욱(洪椿旭)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원-달러환율은 연말까지 달러당 1100원 수준까지 하락하다가 미국 경기가 본격 회복세를 보일 내년 상반기쯤엔 1130원 수준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추가적인 원-달러환율 하락이 주가 상승의 발목을 잡는 악재 역할을 할 수도 있겠으나 22일 시장에서 보여준 충격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달러 약세, 어디까지 이어질까=미국 뉴욕 외환시장에서 22일(현지시간) 달러당 엔화환율은 한때 111.39엔까지 떨어졌다가 112.21엔을 겨우 지켰다. 달러는 유로 등에 대해서도 약세였다.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이 두바이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 총회에 참석 중 “강한 달러 정책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지만 투자자들은 귀담아 듣지 않았다. ABN 암로 은행의 애널리스트 폴 매켈은 “서방선진7개국(G7) 성명은 강한 달러 정책의 사망선언”이라고까지 평가했다.

미국이 달러 약세를 바라는 원인은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 적자라는 ‘쌍둥이 적자’에 허덕이는 미국 경제의 현실에 있다. 미국은 달러 약세를 통해 미국상품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회복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스노 장관 주변에선 G7 성명이 일본과 중국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두 나라가 달러화에 대한 엔화와 위안화의 통화가치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으로서도 엔화 강세가 지나칠 경우 오랜만에 회복기미를 보이는 일본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무작정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이 때문에 달러 약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경제적 요인과 함께 미일(美日) 양국의 정치적 판단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뉴욕=홍권희특파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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