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불교 현장을 찾아…연꽃속 보석같은 '고원의 佛國土'

  • 입력 2003년 8월 28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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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해발 3000m가 넘는 티베트 고원. 청량한 공기와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 황량한 산봉우리가 인상적이지만 아직 오지로 남아있는 곳. 아직도 주민의 98%가 불교를 믿는 불국토(佛國土)다.

시짱(西藏)자치구의 구도(區都)인 라싸에서 동북쪽으로 10km 떨어진 세라사원. 티베트력(曆)으로 7월 보름인 24일 2000여 티베트인들이 촉젠(대법당)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티베트력으로 초하루와 보름에 주변 사찰을 순례하는 것은 티베트인 신자들에겐 빼놓을 수 없는 일. 이 법당은 관세음보살의 또 다른 화신인 마두명왕신(馬頭明王神)을 모신 곳이다. 생사의 바다를 건너며 중생의 무명을 없애고 마왕의 항복을 받아내는 법력을 지녀 티베트인들에겐 주요한 숭배 대상이다.

신자들은 하나같이 야크 젖으로 만든 버터기름을 담은 수유등을 들고 있다. 사후 세계의 어두운 길을 밝힌다는 의미다. 법당 안에는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한 곳에 마두명왕신이 모셔져 있다. 신자들은 노스님이 머리에 손을 얹고 축복하는 ‘마정수기(摩頂授記)’를 받고 난 뒤 좁은 문틈으로 머리를 들이밀어 마두명왕신을 친견한다. 한 신자는 10위안(약 1500원)의 돈을 불전함에 놓은 뒤 보리쌀을 한 움큼 쥐고 나온다. 동행한 아이에겐 스님이 액막이로 코에 검댕을 묻혀준다.

이 같은 의식에 걸린 시간은 5초 안팎. 이를 위해 이들은 2시간 동안 묵묵히 기다렸다. 법당을 나온 신자들은 마니륜(輪)으로 향했다. 마니륜에는 밀교 주문인 ‘옴마니반메훔’이 적혀 있다. ‘옴마니반메훔’은 ‘옴, 연꽃 속에 있는 보석이여, 훔’이란 뜻으로 관세음보살을 부르는 것. 티베트인들은 ‘옴마니반메훔’을 외우면 그 자체로 영험을 얻는다고 믿는다. 마니륜을 한 번 돌리면 ‘옴마니반메훔’과 함께 통 안에 있는 경전을 한 번 독송하는 것과 같다고 해서 티베트의 모든 사찰에는 마니륜이 있다. 아예 휴대용 마니륜을 지닌 신자도 있다.

7세기 티베트 최초의 통일왕국을 이룩한 송첸감포 왕이 불교를 도입한 이래 티베트 불교는 곧 티베트인의 삶이자 정신적 지주였다.

라싸에서 서쪽으로 280km 떨어진 시가체의 타시룸포 사원은 티베트 불교의 대표적인 곳. 판첸 라마가 머무는 이곳은 사원의 지붕이 금으로 도금돼 있고 세계 최대의 청동미륵불이 모셔져 있다. 높이 26.4m에 청동구리만 200만근이 들어간 이 미륵불은 황금 600kg과 다이아몬드, 비취, 진주, 루비 등 보석으로 치장돼 있다. 청동대불의 가운뎃손가락의 길이만 1m80cm. 불상의 콧구멍은 성인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티베트 불교는 1950년 티베트의 중국 합병과 60년대 문화혁명을 거치면서 참화를 입었다. 6000여 사찰 대부분이 파괴되고 60만명에 이르던 승려가 4만여명으로 줄었다. 1만명의 승려가 있었던 티베트 최대 사찰 데풍 사원의 담벼락에는 ‘미신을 믿지 말고 무산계급 혁명을 이룩하자’는 문화혁명 당시의 글귀가 아직 남아 있다.

티베트 불교의 쇠퇴는 라싸의 조캉 사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70여명의 스님이 있는 조캉 사원은 관광지 이상의 의미를 갖지 못했다. 주지 니마치렌 스님은 “관광객으로 절의 수입은 늘었지만 수행과 공부할 여력이 없다”며 “티베트 불교는 스승과 제자 사이의 비밀스러운 교육을 통해 불법을 계승하는데 60, 70대의 고승들을 뒷받침할 40, 50대 중진급 스님들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라싸=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라싸=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티베트 불교는…▼

밀교불교 또는 라마교로 불리며 인도계의 육자진언(옴마니반메훔)과 힌두식의 밀교적 수행법을 위주로 발전했다.

16세기부터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의 실질적인 정치적 종교적 지배자로 존재하며, 현재 14대 달라이 라마인 텐진 가초가 인도 다람살라에서 망명 임시정부를 세워 티베트 독립 운동을 벌이고 있다. 티베트 불교는 원나라를 통해 고려에 전해졌으며 국내에는 진각종이 티베트 밀교와 당나라 밀교를 혼합한 형태의 밀교를 바탕으로 수행과 포교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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