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이란 핵무기 개발 의혹”…농축 우라늄 2種 발견

  • 입력 2003년 8월 28일 17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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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 내 핵 관련시설에서 두 종류의 고농축 우라늄 입자를 발견함에 따라 핵무기 개발 여부를 놓고 미국과 이란간 긴장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이란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 의해 북한,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지목된 국가.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진행 중일 때 이란의 핵 문제가 불거져 나옴으로써 대량살상무기(WMD)를 빌미로 이라크전쟁을 벌였던 미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이란의 원자력 현황=IAEA가 고농축 우라늄 입자를 발견한 곳은 수도 테헤란 남쪽 나탄츠의 핵 연료용 우라늄 처리시설. 한 서방 외교관은 “두 가지 입자는 원자력 발전에는 필요하지 않은 것”이라며 핵무기 개발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이란측은 “나탄츠 시설은 원전에 공급하는 우라늄을 농축하는 시설일 뿐”이라며 “우라늄의 농축도도 핵무기에 사용할 수준이 못 된다”고 반박하고 있다.

테헤란 남서쪽 아라크에 건설 중인 중수(重水) 생산공장도 의혹의 대상. 중수를 냉각재로 쓰면 고농축 우라늄이나 플루토늄 추출이 쉽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테헤란에 있는 칼라예 전기공장이 핵물질 농축시설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란은 현재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부쉬르에 원자력발전소를 건설 중이다. 1000MW 규모의 1기는 현재 마무리 단계이며 곧 1300MW급 2기를 착공할 계획이다. 원전 가동에 필요한 우라늄은 러시아에서 공급받을 예정이다.

이 밖에 테헤란대와 이스판 핵연구소 등에도 연구용 원자로가 가동 중이다. 연구용 원자로라도 모두 IAEA의 사찰 대상이다. 전문가들은 이스판 핵연구소의 경우 핵무기 설계, 테헤란에 있는 샤리프기술대는 플루토늄 분리 능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추가사찰 공방=이란의 핵무기 개발 우려는 7월 초 사정거리 1500km인 샤하브-3 미사일 발사가 성공하면서 최고조에 달했다.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 대포동1호와 비슷한 제원을 갖춘 샤하브-3 미사일은 1000kg 정도의 탄두를 운반할 수 있다.

미국 내 보수진영은 이란의 핵개발을 저지하지 못하면 중거리 미사일을 갖춘 사우디아라비아와 핵무기를 보유한 파키스탄이 핵미사일 개발 협력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핵재처리시설을 계획 중인 시리아와 이집트의 핵개발도 부추길 것으로 전망한다.

IAEA 관계자들은 6월 이후 이란을 5차례 사찰했으며 다음달 8일 IAEA이사회에서 결과를 보고할 예정이다. 그러나 사찰단은 이란측이 충분한 정보 제공이나 현장조사를 허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IAEA는 현재 이란에 핵확산금지조약(NPT) 부속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부속서는 핵 관련시설을 불시 사찰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란은 원자력시설이 평화적 목적(전력 공급)으로 건설되고 있다며 부속서에 서명하는 대신 서방측의 핵기술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에 대해서도 이란 원전건설 지원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영국 등은 유럽연합(EU) 차원의 경제제재 조치를, 일본은 아자데잔 유전 개발에 대한 20억달러 규모의 지원 중단 등을 내세워 이란을 압박하고 있다.


이진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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