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3개국 브라질-멕시코-아르헨티나, 개혁이냐 붕괴냐

  • 입력 2003년 8월 5일 19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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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이냐, 경제 붕괴냐.”

남미 주요국이 고질적 경제 위기에서 탈출하기 위해 각종 개혁 조치를 내놓고 있지만 안팎의 반발과 정치 불안 등으로 좀처럼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 인터넷판이 4일 보도했다. 잡지는 “장기적 경제 안정을 위해 단기적 희생은 불가피하다”면서 “개혁은 대중에게 인기는 얻지 못하지만 개혁을 하지 않으면 경기침체를 불러 빈곤을 더욱 부추길 뿐”이라고 분석했다.

▽브라질 개혁 후유증 몸살=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대통령은 취임 직후 과감한 ‘우향우’ 정책으로 국제 금융시장의 신뢰를 얻었지만 거센 내부 반발을 사고 있다.

룰라 정부의 연금삭감 정책에 반발하는 공무원 노조는 지난주 파업을 선언하고 연좌농성에 들어갔다. 일부 시위대는 연금부를 점거했으며 보건부 건물에서는 폭탄이 발견됐다.

룰라 대통령은 6일 예정된 연금개혁안 국회표결을 앞두고 사태가 악화되자 1일 아프리카 순방 계획을 취소한 채 사태 수습에 나섰다. 세제 개혁과 사법·경찰 개혁 등 산적한 과제를 원만히 해결하려면 개혁의 ‘첫 단추’인 연금 개혁 성사가 관건이기 때문.

그러나 침체된 경기회복을 위해 공공지출을 확대하라는 요구가 거세지면서 상황은 룰라 정부에 쉽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 레알화와 브라질 채권 가치도 하락하는 등 국제 금융시장도 동요하고 있다.

▽멕시코 개혁 야당에 발목=7월 중간선거에서 멕시코 집권 국민행동당(PAN)이 참패하면서 비센테 폭스 정권의 각종 개혁의 공은 야당 제도혁명당(PRI)으로 넘어갔다. 폭스 대통령은 세수 확충과 에너지 분야 민간투자 증진, 노동시장 연성화 등을 개혁의 기치로 내걸었지만 PRI는 동참 여부를 아직 저울질하고 있다.

개혁이 제자리걸음 중인 가운데 경제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멕시코중앙은행은 지난달 30일 올해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2.4%에서 2%로 하향조정했다. 지난 4월 3%에서 하향조정한 뒤 두 번째.

6월 실업률은 3.17%로 5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정부의 대책은 시장 수요에 턱없이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현재까지의 실업 대책은 담뱃가게 창업 또는 가내 제과 판매를 독려하고 미용사를 양성하는 등 미봉책에 가깝다는 것.

▽아르헨티나 대외부채 ‘시한폭탄’=지난해 12월 1320억달러의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해 붕괴 직전에 몰렸던 아르헨티나 경제는 ‘최악은 넘겼다’는 것이 중론. 실업률은 기록적인 21.5%에서 15.6%로 진정됐다.

그러나 1000억달러가 넘는 대외부채는 여전히 아르헨티나 경제의 ‘시한폭탄’으로 남아 있다. 특히 770억달러에 달하는 민간부채를 어떻게 갚을지 대책이 거의 없다. 이달 말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만기가 돌아오면서 당장 9월 초에 290억달러를 갚아야 한다.

자금줄을 쥐고 있는 국제 금융기관들은 개혁을 할지, 또 다른 위기를 맞을지 선택하도록 아르헨티나 정부를 다그치고 있다. 호르스트 쾰러 IMF 총재는 지난주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대통령에게 직접 △세제 개혁 △지방정부 재정 확충 △금융 시스템 재건 등 각종 개혁안을 이행하도록 요구했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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