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전쟁]<中>“弱달러 앞세워 통상압력 몰려온다”

  • 입력 2003년 7월 22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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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무역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환율정책과 통상압력을 같이 쓰고 있다. 문제는 미국경기가 회복돼도 산업구조상 수입이 늘면서 무역적자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따라서 미국은 앞으로 주요 수출시장에 대한 압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특히 한국에 대해선 철강 자동차 의료부품 교육 영화시장에 대한 통상압력이 거세질 전망이다.”(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鄭永植 수석연구원)

달러화 약세가 본격화된 지난해 초부터 미국은 주요 대미(對美) 무역수지 흑자국에 대해 반덤핑관세, 보복관세, 수입규제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양자간 및 국제기구를 통한 통상압력을 강화해 왔다.

이에 대해 유럽연합(EU) 등 주요 대미 수출국도 강경 대응을 하고 있어 통상마찰 파고(波高)가 높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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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上>강한 미국 ‘弱달러’ 밀어붙이기

▽이미 시작된 미국의 통상압력=올해 5월 미국은 EU의 유전자조작식품(GMO) 수입금지 조처를 철회하도록 WTO에 제소하기로 결정했다. EU는 수입금지를 강력히 고수하고 있다.

4월에 미국이 한국 하이닉스반도체에 57%의 상계관세를 물리기로 결정하는 바람에 하이닉스의 대미 수출물량이 줄었다. 작년 3월엔 수입 철강에 대해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고 EU는 이를 철회해 줄 것을 요구했다.

통상압력 강화를 위한 제도정비도 이뤄졌다. 지난해 8월 초 미국의 대외무역협상권을 대통령에게 위임하는 무역협정촉진권(TPA)이 8년 만에 부활되면서 미국의 통상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돼 왔다. TPA는 행정부가 무역상대국과 합의한 통상협상 결과에 대해 의회는 법안의 가부만을 표결하고 부분적 법안내용 변경은 불가능한 것으로 돼 있다.

또 의회는 TPA 부활과 함께 행정부가 반덤핑이나 보복관세 제도를 약화시키는 어떤 협정도 맺을 수 없도록 규정해 보호무역주의를 더욱 강화했다. 미국은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무역적자도 늘어나면 대미 무역 흑자국을 대상으로 강력한 통상압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미국 시장을 둘러싼 한국 일본 중국의 경쟁=세계 총수입의 18.9%(2001년도 기준)를 차지하는 미국시장은 세계 최대의 단일시장이다. 일본 중국 한국은 미국시장에서 수출액 순위 각각 3, 4, 7위를 차지하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국은 수출의 20.7%를 미국시장에 의존하고 있다.

93∼2001년 한국의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3%내외로 안정적이었고, 중국은 93년 5.43%에서 2001년 8.96%로 급신장했으며 일본은 같은 기간 18.47%에서 11.08%로 하락했다.

한국의 대미 수출액 1000만달러 이상 품목 중 중국과의 경합 품목이 차지하는 비율은 93년 65.2%에서 2001년 79.8%로 급증했다. 주요 경합 품목은 전기 전자 기계류. 한국과 중국간 경쟁이 신발 등 경공업 제품에서 전기 전자 기계류 등 기술을 요하는 제품으로 변하고 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한국의 수출환경=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달러화 약세로 한국의 대미 수출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앞으로 있을 국제 통화질서의 변화와 이로 인한 영향이 본격화될 경우에 대비해 지금부터 종합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미국 무역수지 악화와 중국 위안화 절상압력’ 보고서를 통해 “통화질서 재편에 따른 통상마찰 심화, 통화가치 낮추기 경쟁, 한국의 수출경쟁력 약화 등에 대비해야 한다”며 “달러화 일변도로 운용되고 있는 외환보유도 주요 통화별로 다양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금융센터 수석이코노미스트인 김종만 박사는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외환시장 개입과 같은 소극적 방안보다는 기술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적극적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간차원에서는 결제통화 다변화, 환위험 관리 등이 필요하다는 게 김 박사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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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美보호무역 한국 정조준▼

역사적으로 미국은 무역수지 적자가 커지면 환율정책과 함께 보호무역 정책을 사용해왔다. 이는 대미 무역수지 흑자국가에 대한 통상압력으로 나타났으며 수출드라이브 정책을 폈던 한국이 주된 과녁이었다.

미국은 81년 일본산 자동차의 연간 수입물량을 168만대로 제한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85년 미국 독일 일본 프랑스 영국 등 5개국 재무장관이 달러화 가치 인하에 협조할 것을 약속하는 ‘플라자 합의’도 이끌어냈지만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은 더욱 강화됐다.

빌 클린턴 행정부는 대외통상 정책에 더욱 주력하기 시작했다.

70, 80년대 미국의 해외부문(수출+수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18%에 불과했으나 90년대 들어 20%를 넘어서면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나치게 싼 가격으로 수출하는 품목에는 반덤핑관세를, 정부보조금을 받은 품목에는 상계관세를 매겼다. 관세를 내면 수출국의 제품가격이 올라가 미국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잃게 된다.

한국은 70년대 신발 섬유 등에 대한 수입규제 조치를 당했으나 80년대부터는 컬러TV 반도체 철강 등 전자 및 중화학공업 제품이 타깃이었다. 특히 컬러TV는 83년 반덤핑혐의로 제소돼 수출물량이 크게 줄기도 했다.

85년에는 한국 정부가 소프트웨어 불법복제를 묵인하고 있다며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력히 요청했으며 한국은 쌍무협상을 통해 불법복제 단속강화 등을 약속했다.

미국은 88년 ‘슈퍼 301조’를 통해 수입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시장개방 압력을 통한 수출확대도 꾀했다.

한국 정부는 미국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했고 이후 미국산 제품이 대거 밀려들어 왔다.

85∼93년 미국의 무역제재 조치를 보면 △반덤핑관세 부과 81건 △상계관세 14건 부과 △정부간 협정체결로 해결 22건 등이었다.

삼성경제연구소 장재철(張在澈) 박사는 “내년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는 미국은 산업 활력을 되찾기 위해 전방위적 통상압력을 가해올 것”이라며 “자동차 특별소비세 인하 압력이나 스크린쿼터 축소 요구는 주목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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