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문한 대만출신 일본군위안부 루만메이-진휜 할머니

  • 입력 2003년 7월 14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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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대만인 루만메이(오른쪽)와 진휜(가운데)이 14일 오전 서울 충정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사무실에서 한국인 위안부 황금주씨와 지난 일을 회고하고 있다. -변영욱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대만인 루만메이(오른쪽)와 진휜(가운데)이 14일 오전 서울 충정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사무실에서 한국인 위안부 황금주씨와 지난 일을 회고하고 있다. -변영욱기자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사무실에는 세 사람의 할머니가 ‘일본어’로 대화를 나누며 눈시울을 붉혔다.

두 사람은 대만 출신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로 루만메이(盧滿妹·77)와 진휜(陳品·81)이며 다른 한 사람은 한국인 황금주(黃錦周·83) 할머니.

이날 대만 출신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2명은 난생 처음으로 한국을 찾아 정대협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던 것. 이들은 “짧은 일본어지만 서로의 심정을 잘 이해하는 사람을 만나 기쁘다”고 입을 모았다.

루 할머니는 17세 때 중국 하이난다오(海南島)로, 진 할머니는 21세 때 미얀마로 각각 강제 연행돼 지옥 같은 위안부 생활을 이겨내야만 했다.

루 할머니는 위안부 생활을 하다가 임신이 돼 1년 만에 귀국했지만 아기는 태어난 지 38일 만에 목숨을 잃었다. 그는 이후 위안부 출신이라는 이유로 결혼에 실패하고 지체장애 남자 아이를 데려다 키우고 있다. 지금은 봉사활동을 겸해 경찰관 제복을 세탁하는 일을 하고 경찰에서 주는 보조금으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진 할머니는 6년 동안 미얀마 등 동남아시아에서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했다. 어두운 과거 때문에 결혼은 하지 않고 지금은 수양딸 2명과 함께 살고 있다. 정부로부터 매달 대만 원화 1만5000원(약 50만원)을 받고 있지만 넉넉지 못한 생활을 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이 속한 단체는 타이베이(臺北)시 부녀구원사회복지사업기금회(부원회). 이 단체는 한국에서 벌어진 위안부 지원활동에 자극받아 1992년에 설립됐다. 부원회는 의료비 지원, 간호활동, 심리치료 등을 하고 있다.

현재 대만에 생존 중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모두 36명. 10여년 전 처음으로 대만에도 위안부를 위한 모임이 생기면서 지금까지 66명이 피해자임을 밝히고 나섰다.

이 단체 관계자는 “한국의 정대협과 협력해 일본 고등법원에 항소 중인 일본정부 상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국가배상금 소송을 계속 벌여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15일 경기 광주시 나눔의 집을 방문하고, 16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567차 정기 수요시위’에 동참한 뒤 출국한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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