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2005년 주제국으로 선정

  • 입력 2003년 6월 6일 18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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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투아니아를 주제국으로 열린 2002년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동아일보 자료사진
리투아니아를 주제국으로 열린 2002년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동아일보 자료사진
한국이 세계 최고의 규모와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2005년도 주제국(Guest of Honour)으로 선정됐다. 4일 한국을 찾은 홀거 엘링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기획·홍보담당 부위원장은 5일 한국출판문화협회 관계자들을 만나 2005년 주제국 확정 사실을 밝혔다. 이에 따라 빠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서적뿐 아니라 영화 공연 전시 등 한국문화의 유럽 진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송영만 출판문화협회 국제담당상무(효형출판 대표)는 “폴커 노이만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조직위원장이 빠르면 7월 중 방한해 주제국 선정 계약서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은 1546년 서적상들이 창립한 ‘도서전시회(Buchmesse)’에 기원을 두고 있으며 도서전의 원형이자 모델로 불리는 전시회. 76년부터 연도별 주제를 선정해 이와 관련된 전시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87년부터는 이를 ‘주제국’ 개념으로 확대해 특정 국가 또는 지역권의 서적 및 문화 전반을 소개함으로써 ‘세계의 문화 올림픽’이라는 별칭으로 불려 왔다.

엘링 부위원장은 “2002년 한국에서 월드컵이 열렸고 2006년 독일에서 월드컵이 열리는 만큼 월드컵 전해인 2005년에 이전 주최국인 한국의 문화 전반을 알리는 것은 매우 뜻 깊은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의 주제국 선정은 아시아권에서 세 번째로, 76년 ‘인도문화’가 처음 주제로 선정된 경우를 제외하면 본격적인 ‘주제국’ 타이틀은 89년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사용한다. 일본은 당시 금액으로 150억엔 상당의 천문학적 비용을 쏟아 부으며 유럽에 ‘일본문화 붐’을 불러일으켰다. 송영만 출협 상무는 “도서전 외 교향악단에서 도예전까지 독일 프랑스 등의 주요 문화시설에서 일본 관련 행사들이 열렸으며, 일본음식점의 상당수가 유럽에서 새로 문을 열었을 정도”라고 당시의 상황을 소개했다.

지난해에는 구소련에서 독립한 발트해의 신생국가 리투아니아가 주제국으로 선정됐으며 올해는 러시아가 주제국을 맡는다. 2004년에는 이라크를 포함한 22개 아랍국가가 ‘이슬람 문화권’으로 주제국 대열에 참여한다. 미국 중국 등 강대국 일부도 아직 주제국으로 조명을 받지 못한 상태.

우리나라의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제국 참여는 지난해 10월 처음 타진됐다. 당시 도서전 참가차 독일을 찾은 최태경 출협 부회장과 송 상무는 노이만 조직위원장과 만남을 갖고 98년부터 운영해온 한국 국가관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서 노이만 위원장은 “한국의 국력과 문화력에 비추어볼 때 2005년경 한국이 주제국으로 참여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준비절차를 알려줄 테니 의향서를 제출하라”며 적극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일 출협 회장은 “일본의 경우 황태자를 위원장으로 한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주제국 추진위원회를 구성, 범국가적인 역량을 동원해 외교력을 펼친 뒤에야 주제국에 선정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한편 주제국 행사를 치르기 위해서는 최소 100억원 이상이 든다는 것이 출판계 안팎의 견해. 경제상황이 어려운 러시아도 올해 1000만달러(약 120억원)의 예산을 쏟아 붓는 것으로 알려졌다. 송 상무는 “국가 이미지를 결정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회인 만큼 유럽지역에 수출기반을 가진 민간기업의 참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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