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연내 FTA 본교섭 착수"

  • 입력 2003년 5월 29일 16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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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올해안에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본교섭에 착수키로 하고 한국 정부와 의견 조정에 들어갔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9일 보도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는 다음달 7일 도쿄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자리에서 구체적인 교섭개시 시기 등을 공동성명에 포함시키자고 제의할 계획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연내 본교섭 개시에 동의할지 여부에 대한 확답을 미루고 있지만 FTA 체결을 적극 추진키로 선언한다는 원칙에는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양국간의 관세장벽 제거를 골자로 하는 한일 FTA체결 논의는 정상회담을 계기로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일본 "한일 FTA로 중국 견제" = 한일 FTA 체결에는 일본측이 더 적극적이다. 일본은 최근 급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해 아시아경제권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4의 교역상대국이자 지리적으로도 가까운 한국과의 FTA 체결이 필수라고 인식하고 있다. 시장확대를 통해 장기불황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절박감도 작용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정부는 이미 FTA를 맺은 싱가포르나 본교섭에 착수한 멕시코보다 한국을 '진짜로 FTA를 체결해야할 상대'로 여기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적 파급효과가 클 뿐 아니라 이를 계기로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 각국과의 FTA 체결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 조기교섭론 대두 =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 FTA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부품소재와 기계업종 등의 경쟁력이 일본에 현격하게 뒤지는 점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했다. 니혼게이자이는 "한국에는 일본제 광공업품의 수입 증가로 무역적자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어 앞으로의 전개과정에는 불투명한 요소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지난해 일본과의 무역에서 147억달러의 적자를 냈다.

한 외교소식통은 그러나 "본교섭을 연내에 시작하더라도 실제 합의까지는 수년이 소요될 것이라는 논리가 부상하면서 한국 정부내에도 조기교섭론이 확산되는 추세"라고 전했다.

한일 양국은 지난해 3월 당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가 FTA 체결을 위한 예비교섭의 성격으로 양국의 정부와 재계, 학계 대표가 참가하는 산관학(産官學) 공동연구회를 설치키로 합의해 5번의 회의가 개최됐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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