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로드맵' 이후 중동]샤르칸스키 이스라엘 교수 인터뷰

  • 입력 2003년 5월 27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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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옥지가
김미옥지가
이스라엘 정부가 25일 중동평화 ‘로드맵(단계적 이행안)’을 공식 승인해 팔레스타인 독립국 창설 권리를 처음으로 인정함으로써 평화 정착의 새로운 희망이 제기되고 있다. 중동학회 학술대회 강연차 방한한 아이라 샤르칸스키 이스라엘 히브리대 정치학 교수를 27일 장로교신학대에서 만나 앞으로의 전망을 들어봤다.

미국에서 출생한 샤르칸스키 교수는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군 복무를 한 딸 때문에 가슴 졸였고 집 근처에서 팔레스타인인의 자살 테러를 목격하기도 한 이스라엘 국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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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맵 통과는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인가.

“그렇지 않다. 이스라엘 내각의 승인에는 분명한 단서가 붙어있다. 팔레스타인측에서 폭력 뿐 아니라 폭력을 조장하는 어떠한 행위도 중지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이미 양측의 신뢰는 땅에 떨어져 있다. 특히 팔레스타인 난민 귀환에 대해서는 이스라엘 내 극좌파조차 반대한다. 시리아, 이집트 등에서 빠져 나온 아랍인들이 전부 난민이라고 주장하며 팔레스타인으로 올텐데 그러면 이스라엘이 유대인의 나라가 아니고 아랍인의 나라가 된다.”

―중동에서의 평화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말인가.

“이스라엘인들은 수천년 동안 약자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해 왔다. 이번 로드맵 통과도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의 힘을 받아들인 측면이 크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역에서의 강자는 이스라엘이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약자로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하지 않는다면 평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현실이다.”

―이라크전 후 부시 행정부의 중동정책에 변화가 온 것으로 봐야 하나.

“중동에 대한 이해는 ‘불확실성’에서 출발해야 한다. 어떤 최악의 상황도 가능하다. 이라크인들은 부시 행정부의 뜻에 따라 좌우되지는 않을 것이다. 또 부시 행정부는 재선을 위해 국내 경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싫든 좋든 미국이 강자고 힘을 쓰고 있는 경찰국가라는 현실에서 지금은 어떤 것도 단언할 수 없는 상태다.”

―신보수주의라고 불리는 미 행정부의 강경 입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인가.

“미국의 신보수주의는 지금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다. 80년대 극렬한 반공주의 기조를 유지했던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도, 조지 부시 행정부 시절에도 정책에 영향을 미쳤다. 오래된 미국의 사고방식 중 하나라고 보면 된다. 따라서 설사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다 하더라도 그러한 기조는 갑작스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러한 강경 입장에서 볼 때 미국이 충분히 북한을 공격할 수도 있는가.

“북핵 문제가 독특한 것은 한국이 ‘북한은 염려하지 말라. 핵은 교섭용일 뿐이고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미국을 안심시키려 하고 있고 미국도 믿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핵 개발의 국제적 도미노 현상을 차단하기 위해 어떤 수단도 쓸 것이다.” ―일상적인 테러 속에서 이스라엘 국민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나.

“인간이 일상적으로 교통사고와 질병의 위험에 노출돼 있으면서도 공포를 느끼지 않고 그런 위험들과 함께 사는 법을 터득하는 것처럼 이스라엘인도, 팔레스타인인도 테러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 왔다. 나도 테러로 죽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죽는 것뿐이다.”

박혜윤기자 parkhy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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