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문학주간' 제주서 첫 행사

  • 입력 2003년 5월 27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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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성산일출봉 앞에 모인 한국과 독일의 참가자들. 왼쪽부터 모제바하, 김희열(제주대 교수), 김광규, 후안나 부르크하르트, 자르토리우스, 김원일, 가제티, 토비아스 부르크하르트, 굼프만. -제주=조이영기자
제주 성산일출봉 앞에 모인 한국과 독일의 참가자들. 왼쪽부터 모제바하, 김희열(제주대 교수), 김광규, 후안나 부르크하르트, 자르토리우스, 김원일, 가제티, 토비아스 부르크하르트, 굼프만. -제주=조이영기자
‘얼음은 물처럼 흐른다. 깊은 얼음 속에/오랜 옛날의 기후가 보존되어 있다. 어쩌면/묵시록의 열쇠도 들어있을 것이다….’

독일 시인 요아힘 자르토리우스(57)의 시 ‘얼음의 기억’이 제주의 연보랏빛 하늘을 배경으로 떠돈다.

제6회 ‘독일 문학의 주간’을 맞아 자르토리우스를 비롯한 마르틴 모제바하(52·소설가), 토비아스 부르크하르트(42·시인), 질케 쇼이어만(30·시인) 등 독일 문인 4명과 ‘프랑크푸르트 문학의 집’ 마리아 가제티 원장(47), 수잔네 굼프만 사무총장(40)이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제주에서 ‘독일 문학의 주간’ 행사의 첫 막을 열었다.

26일 제주시 열린정보센터에서 개최된 독일 작가들의 작품낭독회 및 강연회는 제주작가회의 회원 등 지역 문인, 시민들이 더불어 문학의 향취를 만끽할 수 있는 자리였다. 쇼이어만의 시 ‘갈매기가 두 갈래의 목소리로 노래할 때’, 부르크하르트의 시 ‘야외촬영’, 모제바하의 장편소설 ‘어떤 긴 밤’ 중 한 단락이 독일어와 한국어로 각각 낭송됐다.

가제티 원장은 “독일에서 작품낭독회는 중세시대부터 이어오는 전통이며 ‘프랑크푸르트 문학의 집’은 주 3회 정기적인 낭독회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대형 축제에서 열리는 낭독회에는 2만∼3만명의 청중이 모일 정도. 그는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매주 2회 정도 낭독회에 참석해 제 작품도 읽고 다른 문인들의 작품도 낭송합니다. 독일은 젊은층의 참여가 활발한데 한국은 나이 지긋하신 분들이 많네요. (웃음) 진지하고 엄숙한 분위기였어요.”(쇼이어만)

낭독회에 앞서 25일 오후 환영 만찬이 마련돼 평론가 김병익, 소설가 김주영 김원일 현길언, 시인 문충성 고정국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이날 독일 작가들은 지난해 가을 한국 작가들이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졌던 낭독회가 새삼 생각난다고 입을 모았다. 굼프만 사무총장은 “제주 4·3사태를 다룬 현길언의 ‘귀향’이 특히 인상 깊었다”며 “내가 바로 그 현장에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1992년 11명의 한국 작가들이 베를린문학교류회와 베를린 주정부의 초청으로 독일을 방문한 이후 독문학자인 김광규 정혜영 교수(한양대) 부부가 12년째 양국간 문학 교류의 다리를 이어오고 있다.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이사장 전락원)과 주한독일문화원(원장 우베 슈멜터)도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정혜영 교수는 “주고받고 직접 만나 교류하지 않으면 국제무대에서 한국 문학의 존재를 알릴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2년 전 한국을 방문했던 소설가 마티아스 폴리티키(46)가 곧 출간할 소설에서 한국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때 함께 다녀간 세 문인은 ‘한국 3부작’이라는 시를 독일의 문예지에 발표했지요.”

“이 행사가 어떤 식으로든 독일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칠 것은 틀림없어요. 독일 작가들이 한국에 올 기회는 아주 적어서 더 큰 영향을 받게 될 겁니다.”(가제티 원장)

“네덜란드 작가 세스 노테봄이 베를린을 처음 방문한 것은 1988년입니다. 그 때 첫 낭독회에 참석한 사람이 고작 11명이었다지요. 지금 노테봄은 독일에서 아주 명성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입니다. 서로 교류하며 작가로서 자신을 표현할 줄 알아야 유럽 지역에 어필할 수 있습니다.”(자르토리우스)

‘독일문학의 주간’ 중 29일 오후 3시 서울 남산 주한독일문화원, 30일 오전 10시반 연세대 제2인문관 501호(쇼이어만, 부르크하르트)와 서울대 2동 408호(모제바하)에서 작품낭독회가 열린다.

제주=조이영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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