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척결 안하면 한국수출 치명적”…국제투명성기구 피터 아이겐 회장

  • 입력 2003년 5월 24일 00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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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부패지수(CPI) 발표기관으로 잘 알려진 세계적 반부패 시민단체인 국제투명성기구(TI) 설립자 피터 아이겐 회장(65)이 25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11차 반부패국제회의(IACC) 참석차 22일 방한했다.

그는 23일 TI 연차총회가 열리고 있는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본보와 단독인터뷰를 갖고 “한국 정부의 부패 척결 의지가 매우 강한 데 비해 언론을 통해 활발히 소개되는 부패 스캔들 때문에 한국이 부패했다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IACC 사무총장이자 최초의 반부패 국제규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반부패협약을 이끌어낸 그는 TI 한국지부인 반부패국민연대 회장을 지낸 고건(高建) 국무총리와도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올 IACC의 주요 의제는….

“문화적 다양성, 서로 다른 가치 가운데 어떻게 부패 척결을 위한 일반적인 해답을 찾을지가 핵심이다. 이슬람교 불교 기독교 등 서로 다른 종교가 전혀 다른 교리를 펴지만 부패문제에 관해서는 모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다는 점에서 종교 지도자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제기하려고 한다.”

―부패는 왜 문제가 되는가.

“부패는 특히 가난한 사람들을 희생양으로 삼는다. 정부나 기업의 각종 주요 의사 결정 과정에서 잘못된 결정을 이끌고, 그 결과 극소수 사람들의 배만 불리고 대다수 사람들을 더욱 가난하게 만든다. 국제시장에서 부패가 만연하면 공정한 무역에도 치명적이다. 이 때문에 반부패 운동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같은 나라에 보호막 역할을 한다.”

―한국의 CPI 순위는 여전히 평균 이하다.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은 부패가 잘 알려지지 않은 국가보다 상대적으로 부패사건이 많이 알려져 순위가 낮아진 것이다. 나는 김대중 (金大中) 전 대통령이 자신의 가족을 검찰이 구속하는 데도 막지 않은 것을 보고 매우 감탄했다.”

―한국의 부패 문제는 개선되고 있다고 보는가.

“서울시 민원처리 온라인 공개시스템의 경우 투명한 행정을 펼 수 있는 모범 사례다. 한 국제회의에서 이것을 시연했을 때 많은 국가들이 배워간 바 있다. 에스토니아는 정부 각료들이 국가 차원의 사업으로 배워갔을 정도다. 당시 고건 시장은 총리가 됐다. 이 또한 매우 고무적으로 생각한다.” ―새로운 사업이 있으면 소개해 달라. “잠재 산유량 세계 2위인 이라크의 전후 석유 개발 과정에서 많은 부패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영국 정부에 석유 개발에 참여한 주요 석유사들에 대해 계약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증권거래소 상장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도록 압력을 넣을 생각이다.”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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