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우익 황태자' 2人]日정가도 '40代 新보수' 뜨나

  • 입력 2003년 5월 13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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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뿌리 깊은 일본에서 요즘 갑자기 주목받는 2명의 40대 정치인이 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45) 방위청 장관과 아베 신조(安倍晋三·49) 관방 부장관이 주인공. 이들은 북한 핵위기 등을 계기로 일본의 우경화를 부채질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으며 ‘일본의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을 자처하고 나섰다.

이들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한 후 일본 사회에서 금기시 돼온 자위대의 활동범위 확대를 둘러싼 개헌논의나 북한에 대한 거침없는 위협성 발언으로 극단적인 ‘일본 국익 만능주의’를 외치고 있다.

▽2명의 ‘우익 황태자’=이들은 기존 정치에 식상한 일본 사회에서 신선한 ‘젊은 피’로 부각되면서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 언젠가 총리 자리에 오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들은 공교롭게도 정치적으로 부각된 시점이 비슷하다. 아베 부장관은 지난해 가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의 방북시 동행해 대북 강경세력으로 견제역할을 했으며 그 후 북-일 협상의 최대 걸림돌인 일본인 납치문제와 관련해 납치피해자 가족의 비호를 받으며 매스컴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시바 장관도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 직후 전격 기용됐다. 입각 전 ‘납북 일본인 구조를 위한 의원연맹’ 회장을 맡고 있던 그를 방위청 장관에 임명한 것은 대북 강경노선으로의 선회를 암시한 대목이다.

이들은 또 정치 명문가 출신의 2, 3세 정치인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아베 부장관은 자민당 간사장인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의 아들이자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의 외손자이고 이시바 장관은 부친이 돗토리(鳥取)현 지사와 자치상을 지냈다. 기시 전 총리는 일본의 패전 직후 맥아더 연합군 최고사령관이 초안을 작성한 ‘평화헌법’을 개정하려고 처음 시도했던 인물.

두 사람 다 대학졸업 직전 민간업체에 근무하다가 집안의 후광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이시바 장관은 86년 최연소 의원 기록을 세운 뒤 연속 5선을 기록한 중진의원이다.

▽군사대국 꿈꾼다=이시바 장관은 요즘 일본의 안전보장 기본 원칙인 ‘전수(專守·수비에만 전념한다는 뜻)방위’ 개념을 넘어 필요하면 적 기지를 자위대가 선제 공격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수방위는 일본이 다시는 주변국을 침략하지 못하도록 ‘평화헌법’에서 규정한 개념. 하지만 이시바 장관은 “미국이 만든 헌법인 만큼 집권하면 헌법도 개정해야 한다”며 극단론을 펼친다. 방한시에도 “북한의 미사일은 한국보다는 일본 공격용”이라며 일본 안보를 위한 재무장을 염두에 둔 발언을 했다.

이에 질세라 아베 부장관도 12일 도쿄(東京) 시내의 한 심포지엄에 참석해 ‘전수방위’ 개념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내정은 물론 외교에서도 초강경 자세를 굽히지 않고 있어 일본 우익세력 사이에서는 ‘소신파’로 꼽히기도 한다. 그는 일본인 납치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납치자의 북한 잔류 가족이 귀국하지 않는 한 수교 교섭은 없다”며 일본 정부 내 대북 강경론을 주도하고 있다.그는 지난해 한일월드컵축구대회 직전 일본의 비핵3원칙(핵무기는 만들지도, 보유하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발언으로 아시아 주변국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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