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위기'로 떠오르는 일본 우익 두 황태자

  • 입력 2003년 5월 13일 16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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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위기 등을 계기로 일본의 우경화를 부채질 하고 있는 두 명의 40대 관료가 일본의 우익 '황태자'로 주목을 끌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45) 방위청 장관과 아베 신조(安倍晋三·49) 내각 관방부장관이다.

이들은 제2차세계대전에서 패배한 후 일본 사회에서 금기처럼 되어온 자위대의 해외 파병 문제 혹은 식민통치의 역사적 부담을 안고 있는 북한과의 관계에 관해 거침없이 극단적인 일본 국익 만능 견해를 외치고 있다.

모두 정치 명문가 출신으로 원로정치에 식상한 일본인들로부터는 신선한 '젊은 피'로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 언젠가 총리 자리에 오를 것이란 말도 있다. 젊은 '우익 나팔수' 두 명이 등장해지면서 평소 극우적 발언을 자주해온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71) 도쿄 도지사도 설 자리를 잃었는지 요즘은 조용하다.

▲이시바 방위청장관

이시바 방위청장관은 12일 도쿄(東京)시내의 한 심포지엄에 참석해 일본 정부의 공식견해인 '전수(專守)방위' 개념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일본이 적의 공격을 받더라도 일본은 수비를 하는 '방패' 역할만 할 뿐 적을 공격하는 '창' 역할은 미일군사동맹에 따라 미군에 맡긴다는 것이 이른바 '전수방위' 개념이다. 이는 일본의 안전보장 기본 원칙이기도 하다.

일본이 다시는 주변국을 침략하지 못하도록 미 군정하에서 제정된 이른바 '평화헌법'에 근거를 둔 것이다. 하지만 이시바 장관은 "미국이 만든 헌법인만큼 집권하면 헌법도 개정해야 한다"며 극단론을 펼치고 있다.

그는 돗토리현 지사와 자치상을 지낸 부친의 영향 아래 1986년 정계에 입문했다. 당시 29세로 최연소 의원 기록을 세운 그는 40대 나이에 어울리지 않은 5선 중진 의원이다.

▲아베 관방부장관

기니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의 외손자인 아베 관방부장관은 총리 자리를 눈 앞에 두고 타계한 자민당 간사장 신타로(晋太郞)의 아들이기도 하다. 정치 명문가의 후광을 업고 탄탄대로를 걷고 있다.

이시바 장관이 자위대 활동을 소재로 우익 견해를 대변하고 있는 반면 아베 관방부장관은 외교, 특히 대북 정책과 관련해 초강경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아베 관방부장관이 두각을 나타낸 것은 지난해 9월 북일 정상회담에서 북한이 일본인을 납치한 사실을 인정한 '사건'이후. 일제 식민통치 역사의 청산을 주장하며 북한이 수교 교섭 무대에서 늘 일본 정부에 대해 위압적인 자세를 취해온 데 불만이 컸던 일본 우익세력은 총궐기하다시피해 납치 문제를 쟁점화했다.

일본 정부도 여론에 밀려 잠시 귀국한 일본인 피랍자 5명을 북한 송환 약속을 깨고 일본에 머물게 했다. 아베 관방부장관은 "납치자의 북한 잔류 가족이 귀국하지 않는 한 수교 교섭은 없다"며 대북 강경론을 외치고 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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