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 뒤 세계 더 위험해져" 갤럽 41개국 3만2000명 조사

  • 입력 2003년 5월 12일 18시 22분


코멘트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악의 축’으로 지목했던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을 제거했지만 지구촌에는 ‘세계가 더 위험해졌다’는 평가가 더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여론조사기구인 갤럽이 이달 초 전 세계 41개국 3만2000명을 대상으로 ‘이라크전쟁 이후 세계관’을 조사, 12일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전쟁이 끝났지만 지구촌이 더욱 위험해졌다’는 답변이 대부분의 나라에서 ‘더 평화로워졌다’는 답변보다 많았다. 더 평화로워졌다는 답변이 우세했던 곳은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48%)과 세르비아계의 인종청소시 미국의 직간접적인 보호를 받았던 코소보(59%) 알바니아(64%) 등 3개국뿐이었다. 반전운동이 드셌던 한국에서는 고작 13%.

후세인 정권이 붕괴된 지금 미 군사행동의 정당성을 묻는 질문에는 지구촌의 생각이 엇갈렸다. 프랑스 독일 등 반전축을 형성한 유럽국가들뿐 아니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라크에 대한 무력사용을 지지했던 스페인 등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답변이 더 많았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은 ‘정당화됐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다.

반전축 국가들이 종전 이후 이라크 재건사업에 참여하려는 데에는 부정적 의견이 더 많았다. 엄청난 군수비용을 쏟아 부은 미국과 영국은 말할 것도 없고 프랑스와 독일 등 반전축 내부여론도 자국의 참여보다는 유엔이나 아랍권 국가의 참여를 더 선호했다. 괜히 이권사업에 눈독을 들이다 스타일 구기지 말고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낫다는 여론이다. 한국에서는 ‘유엔이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이라크전쟁으로 유엔의 권위가 손상됐다는 답변은 유엔을 시종일관 무력화시켰던 미국 영국 등에서도 더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의 국제질서 재편이 만만찮은 과제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라크전쟁은 미국의 국가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미국에 대한 태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는 답변은 미국을 빼면 코소보 알바니아 필리핀 등에서만 높게 나타났다. 한국갤럽측은 한국에서의 이번 여론조사는 3일 만 20세 이상 남녀 561명을 무작위로 뽑아 전화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